“돼지와 함께 잔치를”

2023. 7. 19. 11:49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

 

비봉 돼지농장 재가동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양돈업체 사이에 벌어졌던 분쟁이 최종 타결되었다. 축산재벌 계열사 부여육종이 휴면농장을 사들인 20155월 이후 펼쳐진 이지반사(이지바이오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는 완주사람들)의 활동이 마침내 승리로 끝을 맺은 것이다. 어언 8년 세월이다.

 

완주군과 부여육종은 지난 616일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농장부지는 완주군 소유가 되었고 양돈장 재가동 여지는 사라졌다. 부여육종은 곧이어 대법원에 올라 있던 가축사육업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의 상고를 취하함으로써 완주군(주민)이 승소한 1, 2심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농장 재가동을 둘러싼 행정, 사법절차는 지역주민들이 바라던 대로 마무리됐다.

 

그리하여 며칠 전 열린 이지반사 대표자회의에서는 오는 92일 축하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농장이 자리한 봉산리 주민을 비롯해 문제해결을 위해 애써온 이지반사 구성원들, 몸과 마음으로 함께 힘을 보탠 이들이 잔치의 주인공이다.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며 그 동안의 노고를 위로하고 서로 축하하는 흥겨운 자리가 될 것이다.

 

사실 잔치를 벌이고도 남을 일이다. 다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했다. 상대가 거대재벌인데 될 싸움이 아니라고 했다. 심지어 싸움에 나서는 이지반사 성원들조차 질 때 지더라도 찍소리는 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승리를 낙관하지 못했던 터다. 그 모든 우려를 씻고 난관을 뚫어 기적 같은 승리를 거뒀으니 말이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고비에 닥칠 때마다 이 꼭지에 소식을 전해온 터라 그 전말을 되풀이할 것까지는 없을 듯하다.

 

듣자 하니 잔치를 준비하는 봉산리 다섯 마을에서 돼지를 잡기로 한 모양이다. 시골 마을에서는 명절이나 동네잔치 때 으레껏 해오던 오랜 전통이다. 그리고 돼지농장 재가동을 막아낸 걸 자축하는 잔치니 꽤 어울리는 것도 같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돼지가 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굳이 죄라면 태어난 죄밖에 없다. 게다가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니잖는가. 인간의 육식 욕구를 채워줄 사명을 띠고, 인간이 행하는 인공수정으로 이 땅에 태어나는 것이다.

 

돼지는 그렇게 오직 고기가 되기 위해 살다가 고기로 생을 마친다. 돼지에게는 아무 권리도 없다. 비용절감과 이윤증대를 위한 밀집사육을 그저 견뎌내야 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에 동료의 꼬리를 물어뜯고, 그걸 막기 위해 인간은 꼬리를 자르고, 항생제를 먹이고...

 

이렇게 고기를 생산하는 공장식 축산은 이제 보편적인 가축사육 방식이 되었다. 불편한 진실이 알려지면서 동물복지동물권을 말하는 이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나아가 대규모 공장식 축산은 엄청난 온실(매탄)가스를 뿜어내 기후위기를 촉진하는 원흉이라는 사실도 이제 누구나 알게 됐다. 그리하여 공장식 축산은 돼지에게도 인간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물론 이지반사가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기 위해 꾸려진 조직은 아니다. 악취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주민의 환경권 보장이 핵심목표였고 법원은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로 거대한 공장식 축산 기지 하나를 막아낼 수 있었다. 법원 판결은 판례로 남아 앞으로도 비슷한 유형의 공장식 축사 예방효과를 거둘 것이다.

 

이 점에서도 잔치를 크게 벌일 만하고 돼지 또한 기꺼이 그 잔치의 희생양이 될만 하지 않을까. 돼지의 명복을 빈다.  간 <완두콩> 2023년 7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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