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도가을과 추석은 돌아온다

2023. 9. 28. 15:17누리에 말걸기/<낭만파 농부>

[낭만파 농부] 기후정의행진 참여
    2023년 09월 26일 11:10 오전
 

 

날씨가 선선해졌다. 밤이슬이 내리면 제법 쌀쌀하다. 여름내 열어뒀던 창문을 닫아걸고 긴팔옷을 걸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추석이 내일모레.

‘극한’이란 수식어까지 붙은 폭염과 폭우에 시달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계절이 바뀌고 있다. 역시 자연의 섭리란 거스를 수 없는 모양… 이라고 쓰려다가 화들짝 놀란다. 그 섭리라는 게 무너지고 있지 않은가. ‘온난화’의 경지를 넘어 ‘열대화’로 접어든 지구의 현실 말이다. 날이 선선해지다가 쌀쌀해지고, 이내 추워지다가 끝내 눈보라가 몰아치더라도 파국으로 치닫는 기후위기를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고.

그래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을 게다. 지난 주말 ‘923기후정의행진’에 함께 하려 서울을 다녀왔다. 이곳 완주에서도 참가단을 꾸렸는데 전세버스 두 대를 꽉 채웠다고 한다. 가을, 여기저기 판을 벌인 곳도 많고 이래저래 마음이 바쁠 때지만 이심전심으로 통한 것이겠다.

“기후정의행진 하러 서울로 몰려가는 바람에 고산이 조용하네요, 못 가신 분들 어여 오세요~”그날따라 ‘당근하장’이라는 장을 펼친 미소시장 쪽이 올린 맨션에는 푸념과 응원의 마음이 섞여 있다. 온식구가 참가한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절반을 헤아렸다. 덤덤하게 행진하는 어른들과 달리 낭랑한 목소리로 연신 구호를 외쳐대니 사람들의 흐뭇한 눈길이 쏟아지기에 충분했다.

923기후정의행진 완주참가단

나로서는 ‘상경’집회에 참가해 서울 거리를 걸어본 지도 참 오랜만이다. 10년이 넘었으니 거리풍경도 꽤 바뀐 듯해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기 바쁘다. 하긴 집회 이슈가 그리 긴박하게 느껴지지 않는 탓인지 행진대열은 여유가 넘쳐난다. 무슨 축제행렬처럼 보인다.

그것이 문제라면 문제겠다. 이론상으로는, 머리로는 공감이 되지만 한여름 짧은 기간을 빼고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 한 해에 한 두 번이지만 이렇게라도 경각심을 일깨워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저마다 삶의 현장에서 뭐라도 하다 보면 정의는 이루어지리라. 그러니 “기후위기 방관 말고 지금 당장 행동하라!”

돌아오는 버스 안. 행진한 거리가 제법 되었던 탓인지 자리가 불편했어도 깜빡 잠이 들었다. 고산에 도착하니 10시가 가까운 시각. 다들 고단한 몸이지만 손을 흔드는 표정에는 뿌듯함이 묻어난다.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만 오늘 하루 좀 센 기운을 받았으니 내내 ‘생태로운’ 삶이 펼쳐지기를.

풍성한 가을 숲

나는 다시 뒷산 산행을 시작했다. 농사철로 접어들면서 틈을 내기도 어렵고, 농사일로 구슬땀을 흘리는 탓에 굳이 산을 탈 이유가 없어 여름철까지는 접어두었던 일이다. 날씨가 선선해지고 일이 좀 할랑해져 짬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낡을 일만 남은 몸뚱이라 이렇게라도 다스려야 그나마 남에게 짐이 되는 걸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으니. 별다른 일 없으면 내년 농사철까지 한 시간 남짓 사부작사부작 야트막한 능선을 오르내릴 것이다.

오솔길 따라 걷다 보니 여기저기 밤톨이 떨어져 있다. 그새 햇밤이 여물어 밤송이가 벌어짖 것이다. 하긴 어디 밤뿐이랴.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가을 아니던가.

안 그래도 논배미에서는 햇나락이 하루가 다르게 영글어 가고 있다. 머잖아 가을걷이를 하게 될 것이다. 때마침 직거래로 판매해온 묵은쌀도 모두 소진되었다. 이제 햅쌀을 내다 팔 차례. 소비자들에게 연통을 돌렸다. 해마다 이맘때면 늘 해오던 일이니 그러려니 하시라.

[차남호쌀-품절/햅쌀예약 안내] 성원에 힘입어 이번 2022년산 쌀은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 논배미에서는 나락이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햅쌀은 10월 하순부터 보내드릴 예정이며, 지금부터 예약주문 받습니다. 문자메시지로 신청해주세요. 쌀값은 그대로 입니다.(3년째 동결) 밥맛이 더 좋아진 <참동진> 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백미/현미(참동진) 5Kg=3만5천원. 10Kg=5만5천원. 20Kg=10만원 ◇백찹쌀/찰현미(동진찰벼) 5Kg=4만원. 10Kg=6만원. 20Kg=11만원(택배비 포함)

*<낭만파 농부> 연재 칼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