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 22:28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분명 어제 찍은 사진이 맞다. 그런데 눈앞의 배추는 엉락없는 봄똥(노지에서 겨울을 보내어, 속이 들지 못한 배추. 잎이 옆으로 퍼진 모양이며, 달고 씹히는 맛이 있다-네이버사전)이다. 사실은 지난 9월 중순에 씨를 뿌린 엇갈이배추. 김장용으로 기른 건 아니고, 김장 전에 혹 묵은 김치가 떨어지면 풋김치라도 담글까 해서다.
그런데 거름기가 모자라선지 잘 크지를 못했다. 게다가 너무 늦게 씨를 뿌려 추위가 닥치자 생장까지 멈춘 듯하다. 하여 엇갈이배추 잎은 위로 고개를 드는 게 보통인데, 이 놈들은 웬일인지 옆으로 퍼져 버렸다. 색갈도 누렇게 떴고...
우리는 어머니가 잘 길러 속이 꽉찬 배추로 지난 일요일에 김장을 했으니 이 놈은 풋김치로도 쓸모가 없어졌다. 날씨가 더 추워지고, 눈이 내리면 그나마 내년 봄 진짜 봄똥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 그래서 바로 어제, 작은 것은 남겨두고 저 놈들을 거둬들였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나물을 묻혀도 좋고, 우거지 된장국을 끓여도 그만이다.
엇갈이배추 다음 줄에 보이는 건 무다. 이 놈들도 늦게 심은 탓에 동치미나 깍두기로 쓰기엔 너무 작다. 총각김치 감으로나 쓸 수 있을까? 게다가 더 추워지면 꽁꽁 얼어 바람이 들고 만다. 다행히 운영 씨네가 오늘에야 김장을 한단다. 엇갈이배추 뽑을 때 이 놈들도 함께 거둬들였다. 게 중에 큰 놈으로만 골라 뽑았는데 동글동글 한 게 영 볼품이 없다. 운영 씨네 현관에 그걸 내려놓는 손이 오그라드는 느낌. 질소비료 주어 억지로 키우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맛은 괜찮겠지 위안을 삼아 본다.
* * *
그 이틀 뒤 철잃은 '봄똥'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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