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5. 14:24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한 동안 영하권 추위가 이어지더니 어제 그제는 날이 좀 풀리고 비가 내렸다.
오늘 아침, 밖으로 나섰더니 그 동안 쌓였던 잔설이 말끔히 녹아내렸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어찌 이리도 간사한지...
눈길이 미끄러워 넘어지고 차사고 날까 조바심치던 그 속알머리가 이번엔 또 다른 걱정을 한다.
그럼, '습해'라는 용어가 있을 만큼 물에 약한 보리, 밀은 어쩌누...
비가 그치자마자 괭이를 들고 자전거에 오른다.
사방은 스멀스멀 안개가 피어오른다. 저 멀리 봉실산 정수리 한켠도 안개가 감싸고 있다.
보리밭, 아니 보리를 그루갈이 한 논은 제법 푸른 빛이 돈다.
모래땅이라선지 빗물도 거의 고이지 않았다. 다행이다.
이번엔 밀을 그루갈이 한 논.
그 수북하던 잎새를 모조리 떨군 모정옆 느티나무가 몹시도 을씨년스럽다.
지난 여름, 짙푸른 논과 썩 잘 어울리던 풍경이 어찌... 격세지감이란 말까지 떠오른다.
밀밭은 보리밭에 견줘 푸른 빛깔보다 검은 땅기운이 더 세 보인다.
밀의 생장이 원래 보리보다 늦은 건가? 아직 그것까진 모르겠고.
그런데... 빗물이 솔찬히 고여 있다. 지대가 낮은데다 진흙땅이라 그런 모양이다.
고개를 내민 싹도 드문드문, 숱이 적다. 짐짓 걱정이 든다.
냉해나 습해를 입은 겐가...
이 놈들이 제대로 커서 내년 여름 쯤 자연발효빵으로 거듭날 수는 있는 건지...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선 하늘만이 알 수 있는 일이렷다.
세상일이란 무릇 이러하니 아니될 일에 애달캐달 해본들 무슨 소용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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