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떡잎을 내밀다

2013. 2. 13. 00:07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사실, 이걸 뭐라 불러야 할 지 한참 고심했다. 고추 씨앗에서 처음 올라온 이파리 두 장.

떡잎, 새싹, 새순, 움... 또 있나? 다 맞을 수도 있지만 게 중 딱맞는 이름은 떡잎이지 싶다.

 

 

 

고추모를 부은 지 2주만에 들여다본 비닐터널 속은 푸른 빛이 완연하다. 입춘이 가고, 설도 지났건만 날씨는 쉬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제, 오늘은 눈발까지 날렸다.

그런 가운데서도 고추 씨앗는 떡잎을 밀어올렸다. 영국 태생의 어떤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다. 그맘 때 쯤, 여린 새싹이 땅바닥을 뚫고 올라온다고 해서. 그렇다면 비닐과 전기열선으로 매서운 추위를 차단하고, 부드러운 '상토' 속에서 움을 틔워낸 2월은 뭐라 불러야 할까. 참말로 거시기한 달 아닌가.

 

파종 2주만에 떡잎을 본 것에서 알 수 있듯, 때이른 식물의 생장곡선은 느릿느릿 한가 보다. 누군가 고추모종을 이리 오래 기르는 줄 처음 알았다고 했더랬는데, 실은 나도 처음 알았다. 무려 90일, 석 달을 옮겨심기를 한댄다. 원래 열대작물인 고추는 본고장에서는 '나무'였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튼, 함께 고추농사를 짓기로 한 우리 네 집. 지금은 생장속도가 느리니 일주일에 한 번 만나도 큰 변화가 없다. 지난주 월요일에 만났을 땐 떡잎도 보이지 않았었다.

 

다음주에는 밭을 만들기로 했다. 어린 고추모를 모판에서 처음으로 옮겨심는 것이다. 물론 정식은 아니다. 보통은 한 변이 2~3Cm 쯤 된는 플라스틱 포트에 옮겨심는데, 우리는 그냥 맨땅에 하기로 했다.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