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3. 22:40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사무치는 표현욕구를 해소하고, 세상에 말을 건넬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블로그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런데 삽시간에 사정이 바뀌어 버렸다.
현란한 정인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겨 조강지처에게 소홀해진 남정네 처지라고나 할까...
(젠더 감수성이 뭐 이따위냐고 핏대를 올릴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뭐 인간이 좀 고루해서 그렇겠거니 그냥 넘어가주면 고맙겠다.)
그 '현란한 정인'이란 다름 아닌 패이스북이란 걸 어렵잖게 짐작들 할 것이고...
왜 안 그렇겠나.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반응이 너무도 즉각적이다.
포스팅 하고 나서 단 몇 초만에 '빨간색 네모 반점'이 뜰 때의 그 희열이란...
경우에 따라서는 거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시스템!
'패이스북이 대세'란다.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절감한다.
어쩌다 먹거리가 생겨도 패북을 먼저 떠올린다.
무엇보다 모바일 환경에 훨씬 최적화돼 있다.
신속성과 더불어 현장성까지 갖춘 것이 바로 패북인 셈이다.
대부분의 먹거리를 패북이 먼저 따먹는다.
그러니 나중에 블로그를 챙겨주려 해도 이미 뒷북이거나 새삼스런 짓이 되고 만다.
결국 블로그는 안방을 패북에 내주고 뒷방으로 물러나 앉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오호 애재라 블로그...
하여 이젠 블로그를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생겨났다.
이 포스트는 사실, 그런 의무감의 발로다.
그것도 '폐품활용' 수준이다.
엊그제 찍어둔 사진, 하루 이틀 지나면서 값어치는 떨어지는데
현장감 있고, 상품성 있는 사건을 패북에 실어보내느라 챙기지 못한 사진.
이제사 먼지 털어 블로그에 탑재하는 것이다.
별거 아니다, 고추농사 얘기다.
지난 월요일 또 모였다.
옮겨심은 고추모 상태를 살피고, 물 주고, 풀 뽑아주고...
한 시간 남짓 작업한 뒤 자리를 옮겼다.
두 달 뒤, 고추모가 죽을 때까지 뿌리를 내릴 땅을 둘러 봤다.
그 놈의 땅이... 모양새가 참 얄궂기도 하다.
어쩜 나팔 모양을 하고 있지 않은가.
어찌 이랑을 짓고, 구역을 나눌지...
게다가 강아지풀로 보이는 건초로 뒤덮여 있는 땅.
하긴 기계의 힘을 빌리면 아무 문제도 안 될 일이긴 하다만...
이 짧은 얘기를 하자고, 블로그를 장황하게 끌어들였다.
어쨌든 미안타, 블로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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