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 21:59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고추씨를 뿌린 지 두 달, 고추모를 모판에서 맨땅으로 옮겨심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사실 어찌보면 농사처럼 지루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일을 해도 해도 별 표시가 안나고, 작물도 느릿느릿 자라는 탓에 논밭의 풍경도 그닥 바뀌지 않는다. 예컨대, 갓 싹튼 고추새싹(왼쪽)이 제법 꼴을 갖춘 고추모(오른쪽)로 자라기까지는 45일 남짓이 걸렸다. 그 사이 성장속도는 그야말로 '굼뱅이 걸음'이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다를 게 없는 것이다. 그러니 늘 새로움을 갈구하는 '피끓는 청춘'들이 농사에 질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여 심어놓은 고추가 어찌 돼 가는지 떠들어봤자 그게 그거다. 그 동안 고추 얘기가 뜸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본잎이 석장입네, 다섯장입네 꼽아본들 겉보기엔 그게 그거니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그 사이, 농사꾼들이 팔짱 끼고 있었으냐면 그것도 아니다. 어떤 이는 매일 비닐과 담요를 걷어낸 뒤 흠뻑 물을 주고, 저녁이 되면 다시 비닐과 담요를 덮어 보온을 해왔다. 그리고 또 다른 일군의 농사꾼들은 일주일마다 만나 풀을 뽑아주고, 물을 주어왔던 것이다.
물론 일주일마다 고추모를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런대로 고추모의 성장속도가 느껴진다. 여러 사람의 손이 가서 그런지 고추모도 제법 튼실하다고 한다. 올해로 3년째 고추모를 하는 운영 씨는 그동안의 고추모 중에서 올해가 가장 잘 됐다며 흡족해 한다. 생초보인 내 눈에도 고추모가 탐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일주일 새 고추모는 몰라보게 자랐다. 바닥에 촘촘히 자리잡고 있던 잡초도 말끔히 사라졌다. 뜻하지 않은 병충해 따위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달포 뒤에 이 고추모들은 본밭에 아주 옮겨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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