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의 비애

2013. 10. 18. 22:46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아놔~ 이건 뭐, '느닷없는 인생'이 돼간다.
아침 11시가 조금 넘어 전화가 왔다.
"한 30분 뒤부텀 안밤실 나락 벼유~"
재실 강씨다. 환장하겄네~...
강씨야 어차 '조수'니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그제 수확을 하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작업을 중단했었다.
그럼, 햇볕이 쨍쨍했으니 어제 작업을 재개했어야 하는데...
연락도 없고, 전활 해도 통화가 안 된다.
이런가 보다, 저런가 보다 짐작만 할 뿐...
그러더니 저 모양이라... '갑질' 한 번 제대로다. 아니 아니꼬울 손가?
그래도 워쩔겨?

 

실은 어제, 작업을 재개하겠거니 생각해서 나왔더니만 논 상태가 좀 이상하다.

벼를 베지 않는 구역이 섬처럼 남아 있는데, 대략 1백평 쯤.
가만 보니 주변이 완전 진창이다.
흠... 바닥이 너무 질어서 건너 뛴 게로군.

그냥 두면? 수확을 포기하는 거지... 그럴 수야 없지.
해서 낫을 들고 벼를 베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라...
장화 신은 발이 푹푹 빠져서 빠져나오기도 힘들다.
그렇게 벤 벼를 묶어 놓으면 콤바인에 밀어 넣어 탈곡을 하게 된다.

아무튼 그거야 어쩔 수 없다 치고.
오늘 작업한 논은 그다지 질지 않아 금새 끝났다.
오늘 탈곡한 나락은 아스팔트 위에 펴서 말리고...
그제 수확해 이틀 동안 말린 나락은 포대에 담아야 한다.
포대에 '깔때기'를 꽂고 삽으로 퍼 담는 작업.
반도 못 담았는데 해가 떨어졌다.
헐~ 내일 아침부터, 방아를 찧기로 했는데...
어쩔 수 있나, 내일 새벽 일찍 일어나 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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