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로 내리는 꿈을 꾸었다.
걱정이 되었던지 피곤한 데도 깊은 잠을 못 이뤘다.
여섯 시가 조금 못 돼 눈을 떴는데...
아! 그 때까지도 먼동이 트지 않았다.
창문 밖은 그 적 어둠에 싸여 있다.
일곱 시가 가까워서야 날이 밝았다.
덮어놓았던 비닐을 벗겨내니 보송보송한 나락이 드러난다.
마대자루에 깔대기를 꽂고 삽으로 퍼담는 단순반복 노동이 시작됐다.
10분 남짓 지나서 걸치고 있던 작업복 잠바를 벗었다.
조금 있다가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모두 스물 여섯 포대에 나락을 쓸어담으니 8시가 좀 넘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트럭에 오른다.
엊저녁 실어 놓은 스물 네 포대를 동네 방앗간으로 끌고 간다.
나락 포대를 끌어내려 도정기계 투입구에 쏟는 일도 내 몫이다.
그리고는 오늘 아침 쓸어담은 스물 여섯 포대를 실어와야 한다.
나락 한 포대 무게는 40Kg 남짓. 그걸 트럭 짐칸에 올려 싣고나니
다리는 후덜덜, 숨은 가쁘고 단내가 난다.
방앗간 외벽에 걸어둔 거울을 보니 앞머리가 흠뻑 젖어 있다.
도정기계가 돌아가는 동안에도 쉴 틈이 없다.
나락 투입구를 살피면서 끊이지 않게 쓸어넣어준다.
방앗간 뒤켠으로 가 쌀겨 배출구에 빈 포대를 계속 갈아 끼운다.
나중엔 엄청난 양의 왕겨를 커다란 마대자루에 담아 묶는다.
그나마 쌀 포대는 방앗간 일꾼이 트럭에 실어준다. 행복하다!
이렇듯 나락 50포대를 찧었더니 쌀(백미+현미) 38포대가 나왔다.
보통 80Kg을 한 가마로 치니 19가마인 셈.
대략 여섯 마지기에서 나온 소출인데, 생각보다 적다.
아무튼 이 쌀을 10Kg/20Kg로 포장해 택배를 보낸다.
포장-발송작업은 이래저래 월요일에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어제 널어놓은 나락을 쓸어담아야 한다.
쌀농사 막판, 힘께나 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