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베기 '뒤풀이', 대둔산 등반

2013. 11. 9. 08:47발길 머무는 땅/바람따라 구름따라

수렁논에서 함께 사투를 벌였던 '여성동지'들과 더불어 대둔산에 올랐다.

어제의 낫질 벼베기는 오늘의 이 등반이 한 빌미이기도 했다.

'논이 저리 처참한 상태에서 어찌 맘 편하게 산에 오를 수 있을꼬!'

하여 일을 말끔히 해치우고 가뿐하게 산에 오르자는 거였다.

아무튼 진창 논 발이 빠지고, 넘어지면서 벼베기를 끝냈다.

전주 횟집으로 가서 '배 터지게' 저녁을 먹고,

근처 찜질방에서 몸을 풀었다.

하지만 중장년... 다음날 아침까지 피로가 남아있을 건 당연한 일.

그런데 다들 쌩쌩한 표정으로 제 시간에 모였다.

정화 씨가 다른 일이 있어 빠진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호남의 금강'이라는 별명을 지닌 산.

마침 운해가 잔뜩 끼어서 침침한 자태만을 내보여줬지만

그래도 명불허전, 이 산의 가을정취는 탄성을 자아냈다.

절로 다리가 후들거리게 하는 삼선구름다리는 오늘 등반의 별미였고.

산에 대한 '테러'라는 생각 밖에 안 드는 산꼭대기 조형물에 맘이 상했지만

아름다운 정취에 금새 덮였다.

 

점심 반주로 막걸리 몇 순배가 돌아가니 다들 취흥이 도도하다.

권주가를 빼놓을 수 없으니, '니캉내캉' 노래 한 자락.

어느 순간, 구름을 벗어난 따라로운 가을햇발은 더욱 반갑구나.

중장년이 오르기에 너무 되지도, 싱겁지도 않은 맞춤한 산.

산을 내려와 머리에 둘러맨 손수건을 풀면서 생각하니

오늘은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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