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또는 '봄놀이' 흔적

2014. 4. 2. 22:48발길 머무는 땅/바람따라 구름따라

3월31일.

아! 불타는 이 봄을 어이하랴!

토요일, 온새미로 장터에서 만난 영자 씨는 조바심을 드러냈다.

"4월10일 쌍계사 가기로 혔잖여. 근디 어저끼 뉴스 봉께 하동 벚꽃 벌써 폈다등마... 빨랑 가야겄네!"

옆에 있던 여인네들 너도나도 격렬한 반응.

"그럼 월요일 날 떠나요. 나도 그날 쉬어요"

"그랴? 나도 그날 벨일 없는디..."

순식간에 날짜가 바뀌었고,

월요일 아침, 한 명도 빠짐없이 우리는 떠났다.

섬진강변 십리벚꽃길(?)을 지나

족히 십리는 될 법한 쌍계사 들머리 벚꼴터널을 뚫고

쌍계사 경내를 둘러본 뒤 벚굴과 막걸리... 커~

그렇게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4월2일.

고추모에 물을 주고 왔다.

서울에서 손님이 오기로 한 날이다.

민주노총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 내외다.

시골에서 살기로 작정하고, 옮길 곳을 찾고 있다.

그러니까... <귀촌을 위한 탐색-완주편>인 셈이다. 

전주 막걸리집으로 데려가니 눈이 휘둥그래진다.

밤늦도록 얘기를 나누는데... 시골살이보다는 '딴얘기'가 더 화제다.

아침, 녹차 한 잔으로 쓰린 속을 다스린 뒤 차에 올랐다.

대아저수지~위봉폭포~동상~송광사 벚꽃길~용진~고산~경천을 지나

화암사에 다다랐다.

언제 가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절!

'부처의 땅'은 완연한 봄빛에 휩싸였다.

적묵당 마루에 걸터앉으면, 사바세계는 곧장 선계로 바뀐다.

계곡물은 시원하고, 얼레지는 곱디곱고

희디흰 불명산 벚꽃은 마른 나무에 걸린 구름 같으다.

봄이 불타고 있는 것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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