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8. 18:09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맞다. '우묵배미의 사랑'이 아니라 분명 '우렁이'의 사랑이다.
뜬금없는 얘기가 아니라
모내기가 끝난 지금, 논에서는 우렁이들의 사랑이 한창이다.
우렁이는 자웅이체다. ...
때문에 이 놈들의 짝짓기는 대다수 동물의 그것처럼
'몸을 섞는' 방식이다.
짝짓기는 48시간 남짓 지속된다고 한다.
속이 터진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저리 사랑놀음에 푹 빠져 있으니...
이 우렁이는 우리나라 고유종이 아니다.
열대지방이 원산지로 풀을 먹어치우는 특성 때문에
논 잡초를 없애기 위해 투입한 외래종이다.
겨울을 나지 못하기 때문에
해마다 모내기 철에 양식업자에게 사서 넣는 것이다.
물론, 제초제 값보다 훨씬 비싸다.
그럼 '밥값'을 해야할 텐데
먹으라는 풀은 안 먹고, 저리 생식활동에 빠져 있으니
속이 터질 밖에.
모든 우렁이가 다 그런 건 아니다.
우렁이도 성체가 되어야 생식을 할 수 있다.
씨알이 작은 어린 우렁이를 넣으면 먹이활동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씨알이 굵은 성체를 주느냐, 어린 것을 주느냐는
전적으로 '우렁이 장수' 맘이다.
지난해는 씨알이 작은 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굵은 놈들이 배달됐다.
그 탓인지 제초 성적이 영 시원치가 않은 느낌이다.
그래, 저 놈의 사랑놀음에 훼방을 놓을까 싶어진다.
어떻게?
억지로 떼어내 둘을 멀리 떨어뜨는 것이지.
그러다가 퍼뜩 드는 생각.
저 놈들에겐 생식이 태어난 최고의 목적 아니던가.
또한 애초 저희들이 살려고 풀을 먹는 것이고.
인간은 그 먹이활동의 우연한 수혜자가 아닌가 이 말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좀 미안해진다.
그래, 공생의 길을 찾아야지...
어제 저녁 우렁이를 더 사서 피가 빽빽히 올라오는 오이배미에 넣었다.
다행히 씨알이 작은 놈들이다.
좀 더 두고 봐야 겠지만 제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 적군처럼 몰려드는 저 피들을 깨끗이 먹어치워 다오.(2014.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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