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하키' 게임 오버!

2014. 8. 18. 22:43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오늘, 논두렁 풀베기를 끝냈다.
마흔 닷 마지기 하는 데 일주일 걸렸다.
2행정 휘발유 엔진으로 돌아가는 예초기로 하는 작업이다.
예초기를 등에 짊어지고, ...
칼날이 달린 알미늄 작업봉을 좌우로 휘젓는다.
문제는 칼날의 회전운동을 전달하는 작업봉의 진동.
회전하는 칼날의 무게와 이 진동을 억누르며
하는 단순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옆에서 보면 무슨 필드하키 하는 듯 보인다.
언제 시간 나면 '농사 스포츠론'을 펼쳐 볼 생각인데,
올 여름은 '봅슬레이'와 '필드 하키'를 하며 보낸 셈이 됐다.
그 단순한 동작을 하루 예닐곱 시간 씩, 일주일을 계속하다 보면
팔, 어깨 뿐 아니라 '전신운동'이 된다.

풀베기 중간중간에 물길을 내는 작업도 함께 했다.
여기서는 '도구치기'라고 하는데,
콤바인이 작업하기 편하도록 논 말리는 기초작업이다.
물이 많이 고이는 곳의 벼포기를 뽑아 물길을 만든다.
논두렁 풀베기도 알고보면 추수를 위한 준비작업이다.

처음 귀농해서 예초기를 돌릴 때는 바짝 긴장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칼날이 휙휙 돌아가는 기계.
한 순간에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잔뜩 겁을 집어먹을 수밖에.
작업동작 또한 익숙치가 않아 무척 힘에 겨웠다.
10분도 안 돼 땀을 뻘뻘 흘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작업을 멈춰야 했으니...

벼농사라는 게 본시 '풀과의 전쟁' 아니던가.
내내 예초기를 끼고 살아선지 그새 많이 익숙해졌다.
요즘은 손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다.
시작하면 보통을 한 시간 넘게 계속한다.
소모성 부품도 여러 번 갈았고,
이러저런 작업 노하우도 하나 둘 깨닫게 된다.
입추가 지난 뒤라서인가, 날씨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래도 작업의 끝판은 늘 땀으로 흠뻑 젖는다.(2014.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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