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푸드 축제 뒷담화

2014. 10. 5. 18:56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

가을걷이를 앞두고 있지만 황금빛 들녘을 노래하기엔 아직 2%가 부족하다. 지금은 연두빛이 대세다. 하지만 잠깐 사이 풍경은 바뀔 테고, 넘실거리는 벼이삭에 벌써부터 마음은 한껏 넉넉하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여기저기 축제 마당이 벌어지는 것이렷다.

 

완주군도 4년 전부터 그 대열에 끼어들었고, 올해도 와일드푸드 축제가 펼쳐졌다. 바로 지난 주말이다. 어떤 의무감에 이끌려 아이들과 함께 짬을 내 다녀왔다.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과 꼬리를 무는 셔틀버스 행렬, 발 디딜 틈 없는 행사장 인파를 보면서 우리고장 축제가 자리를 잡아 가는 것 같아 여간 뿌듯하지가 않았다.

 

이즈음 여기저기 축제판이 벌어지고, 저마다 그럴듯한 구실을 내세우지만 축제란 게 본시 '먹자판'이요 '놀자판'임을 숨길 수 없다. 이에 견줘 와일드푸드는 이름부터가 먹자판임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 대신 이 고장 완주에서 자란 신선한 농산물을 재료로 만든 음식임을 강조한다. 주민들이 마을의 특색을 살려 손수 요리한 '고향의 맛'임을 내세운다. 축제 참가자는 건강한 먹거리를 즐기고, 주민은 지역농산물 소비와 과외소득을 챙긴다. 그야말로 공생의 한마당이다. 바람직한 먹자판인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흔쾌하진 않다. 아쉬움은 이 잔치음식의 바탕이 되는 '로컬푸드'에서 비롯된다. 다 알다시피 로컬푸드는 어느덧 완주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어 있다. 보기 드문 성공이라고 한다. 그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견학행렬도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드러난 문제점도 적지 않다.

 

이른바 관주도 사업, 그것도 선출직 지자체장이 주도하는 사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정치바람을 탈 수밖에 없는 듯하다. 정치인으로서는 '표가 되는' 업적이 절실하고, 그 바람에 사업이 뒤틀리거나 후유증에 시달리기 일쑤다. 그렇다고 지역자치를 버릴 순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부작용으로 칠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그 하나, 로컬푸드는 '얼굴 있는 먹거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이 뜻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치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은 '매출과 농가소득'에 우선순위가 밀려 있다. '땅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생태가치를 어찌 세우려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또 하나는 이른바 '지역 브랜드'. 우리 고장에서 나는 농산물을 쓰자면서도 정작 그 이름은 '수입품'이라니 쓴웃음이 절로 난다. 로컬푸드 개념이 본래 서구에서 기원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농산물' 또는 '우리먹거리' 따위로 이름 지으면 엉뚱한 뜻이 되는가? 첫 단추를 그리 끼우니 둘째 단추도 '와일드푸드'라는 가늠하기 힘든 이름이 되었다. 완주군청이 무슨 외국어학원도 아닐 진대 어인 노릇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현재 검토되고 있다는 완주군 혁신교육 프로그램이 '로컬에듀'로 통하고 있는 모양인데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풍성한 결실의 계절, 흥청대는 잔치판을 기웃대다가 공휴일이 잇따르는 10월 초순 뒤 끝에 걸린 한글날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완두콩 20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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