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잉기(穗孕期)
2015. 8. 12. 22:59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요즘 우리 논의 벼포기는 다들 줄기 윗쪽이 불룩하다.
새끼를 밴 포유류나 파충류의 배처럼.
벼 또한 그 안에 새끼를 배고 있다.
벼의 새끼란 다름 아닌 이삭이다.
'이삭(穗) 배었다(孕)' 해서 '수잉'이고,
우리 벼는 지금 수잉기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그 가운데 한 가닥을 뽑아다가 또 해부를 했다.
(뭐, '해부'에 재미를 붙인 건 아니고,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이들에게 베푸는 서비스라
생각하면 되겠다^^)
뿌리에서 네 번 째 마디에 이삭이 달려 있다.
지난번 (8월6일) 포스팅에서 보았던,
붓처럼 생긴 여리디 여린 어린 이삭(幼穗)이
그새 훌쩍 커버렸다. 대략 일주일 만이다.
자연의 놀라운 조화가 아닐 수 없다.
이 놈들은 조만간 고개를 내밀 게 된다.
이삭이 패는 것이다.(出穗)
지금도 삐죽 고개를 내민 놈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대세가 되려면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
근데, 출산을 앞둔 아비의 심정이 어떠 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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