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9. 12:13ㆍ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식으로는 정유년, 새벽을 깨우는 닭 울음처럼 기운찬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으레껏 새해 덕담을 적어봤지만 갈수록 해가 바뀌는 것에 무덤덤해진다. 해맞이 같은 ‘요식행위’를 마뜩찮아 하는 천성 탓도 있지만, 농사를 짓고부터는 그걸 느끼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설을 쇠면서 비로소 새해를 실감하고, 대보름은 지나야 슬슬 몸을 풀게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나한테 새해는 아직 먼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는 묵은 숙제마저 잔뜩 짊어지고 있는 터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최순실의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정치위기는 결국 탄핵국면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박근혜의 뻔뻔한 거짓과 낯 두꺼운 버티기가 연인원 1천만을 웃도는 촛불민심을 불러일으켰다. 거듭 강조하건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자본 지배체제를 혁파하고 평등과 공생, 생태 가치를 구현하는 대혁명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지금껏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추운 주말’ 어둠을 밝혀왔고, 이 글을 송고하는 대로 서울 광화문으로 떠나는 한 농부의 간절한 소망이다.
역시 추위와 함께 이 고장에 불어 닥친 농축산재벌 이지바이오 돼지농장 사태도 미봉상태에서 ‘장기전’에 접어든 모양새다. 지역주민들은 얼마 전 ‘중간보고대회’를 열어 상황을 공유하고, 악취를 일으키는 농장 재가동을 막아내자는 투지를 가다듬었다. 이지바이오가 완주군에 농장을 매각하는 길만이 회사도 살고, 주민도 사는 길임을 하루 빨리 깨닫기 바란다.
하나같이 긴 싸움이다. 서두르다 제풀에 지치거나 삐끗해서는 안 되겠다. 한 걸음, 한 걸음에 뜻을 두고 그 과정을 즐기는 마음으로. 혹여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되는 일이고. 산다는 게 본시 외길은 아니지 않는가 이 말이다. 돌고 도는 일이 있는가 하면, 뜻하지 않게 생기는 일도 있는 법이다. 밥벌이는 대부분 순환형 노동이다. 돌고 돌되 조금씩 달라지니 나선형이기 쉽다.
농사 또한 마찬가지로 1년을 주기로 돌고 돈다. 벼농사를 시작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새해가 되었으니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실제로 벼농사모임은 <농한기강좌>에 들어갔다. 올해로 세 번째다. 이번에는 농업-농촌의 현실과 과제, 벼농사, 친환경벼 제도와 정책, 쌀의 도정-가공-유통, 유기농 채소농사, 토종작물과 자연재배, 협동영농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전문가를 모시기로 했다. 특히 이 고장 선배농부의 오랜 경륜과 지혜를 배워볼 참이다.
사람 사는 게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팔자에 없으리라 생각했던 집짓기에 나섰기에 하는 얘기다. 지금 사는 곳에서 한 마장 떨어진 소금바위라는 산기슭에서 공사를 시작한 지 달포가 되어간다.
문제는 현대건축이란 아무래도 자연생태에 부담을 주게 되니 적잖이 꺼림칙하다는 점. 해서 이미 지어진 집을 사거나 세를 내는 게 최선의 생태주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세 들어 사는 집으로 말하자면 시골로 처음 이사 왔을 때부터 살았으니 이제 6년이 다 돼 간다. 그 사이 계약기간(2년)이 끝날 때마다 이런저런 곤욕을 치러 ‘내 집’을 마련해야지 했지만 매물로 나오는 집이 거의 없어 결국 집터를 사 새로 짓기로 한 것이다.
여전히 집짓기로 자연생태에 부담을 주게 됐다는 ‘마음의 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그나마 생태에 가장 부담이 적다는 목조주택을 선택했으니 기껍게 집을 짓자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이제 공사장에 들렀다가 서울 광화문으로 떠날 시간이다. 월간 <완두콩> 2017년 1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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