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농장, 냄새도 문제지만

2019. 10. 9. 17:36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


결국 서울본사로 쳐들어간다. 농축산재벌 이지바이오가 들어선 강남대로 유니온센터 빌딩. 봉산리 5개 마을과 고산권 학부모회를 비롯한 30개 단체가 함께 하는 이지반사(이지바이오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는 완주사람들)가 상경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지반사는 애초 비봉 돼지농장 재가동을 둘러싼 갈등을 대화로 풀어보고자 이지바이오 쪽에 그룹회장 면담을 요청했다. 답변시한을 넉넉히 주고 두 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묵묵부답. 그래 통화를 해보고 뚜렷한 답이 없으면 대표자를 보내 대화의사를 타진키로 했는데... 바로 그 때, 저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답신을 보내왔다.


지금 있는 사육시설을 수리해서 돼지를 집어넣겠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개보수공사에 들어갔다. 지은 지 25년이나 되는데다 10년 가까이 가동을 멈추는 바람에 낡을 대로 낡은 시설이다. 3년 전에 내부를 둘러본 주민들 말로는 철재골조는 녹이 슬어 버글거리고 다른 구조물들도 너덜거린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대충 땜질을 한 뒤 돼지를 키우겠다? 건축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없어 안전이라든가 구조문제 따위는 잘 모르겠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돼지똥 냄새 문제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


12천 마리까지 키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농장 안 16개 돈사에서 사육되는 돼지들이 쏟아내는 똥오줌을 퇴비사 한 곳으로 모아 톱밥과 함께 발효시킨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악취가 발생한다. 개보수공사란 이런 분뇨처리구조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업체쪽의 태도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돼지똥 냄새는 알 바 아니다는 거다.


지역주민들이 격분한 건 말할 것도 없다. 지난 주말에 열린 농장 앞 항의집회에는 2백을 헤아리는 주민이 몰려 막가파식 행태를 규탄했다. 한적한 시골치고는 대단한 열기가 아닐 수 없다. 한 달에 걸친 완주군청 천막농성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역민들의 참여는 갈수록 번져가고 뜨겁기만 하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물론 냄새에 대한 공포와 분노가 크다. 하여 악취저감장치를 갖춘 최신설비로 신축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농장가동 자체를 그만두라는 것이다.


첫째, 아무리 최신설비라도 1만 마리 넘는 돼지가 하루 40톤 넘게 쏟아내는 똥오줌을 감당하기 어렵다. 설령 그게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그에 따르는 천문학적 처리비용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을 텐데, 이윤논리를 거스를 기업이 있겠는가. 어쨌거나 냄새는 날 수밖에 없다.


둘째, 거대기업의 축산업진출은 지역 축산농가의 생존을 위협한다. 양돈시장을 잠식하는 문제 뿐 아니라 수질오염 총량제’ ‘양분총량제같은 제도시행 과정에서 치명적인 민폐를 끼치게 돼 있다.


셋째,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직면한 인류의 존속위기, 그에 따른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비춰보더라도 그렇다. 가축이 내뿜는 온실가스가 차량운행으로 배출되는 그것을 크게 웃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대규모 공장식축산 억제와 감축은 더는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이다.


그러나 비봉 농장 앞에서 이런 얘기를 골백번 되뇌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현지법인(부여육종) 지분 100%를 이지바이오()가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실소유자이자 결정권을 쥔 본사를 찾아가겠다는 거다. 이지반사 조직체계도 느슨한 공동대표제에서 상임대표 단일집행체제로 전환해 대응력을 강화했다. 이제부터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셈이다월간 <완두콩> 2019년 10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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