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15. 14:15ㆍ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보이네요. 민주당원과 문 후보 지지자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비록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예외 없이 실패로 끝난 역대 정권과 달리 성공하는 ‘문재인 정권’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금도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마는 5년 전, ‘장미대선’을 마치고 고산권 동네톡방에 내가 올렸던 글이다. 촛불혁명의 성난 물결 속에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물러난 뒤 끝이었다. 당시 집권당이던 새누리당은 궤멸위기를 맞았고 “향후 20년 동안은 보수세력이 집권을 꿈꾸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0년은커녕 10년도 아니고 5년 만에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저들은 보란 듯이 되살아나 정권을 탈환했다. 역사적으로는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이 처음으로 무너졌을 뿐 아니라 5년 전 진단으로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동네톡방에는 당연하게도 낙담과 탄식의 언어가 넘쳐났다. 이번에는 축하 대신 위로가 필요했다.
개표 초반에 잠들었다가 조금 전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팔할이 넘는(완주군 84%) 압도적 지지를 보낸 후보가 석패한 것에 위로를 전합니다. 두루 아시는 것처럼 저야 현실정치에 희망을 접은 아나키스트로서, 이 현실을 그저 안타까이 바라볼 뿐인 처지입니다만. 훌훌 털어버리기 힘들 겁니다. 그래도 살아가야지요. 정치권력이야 5년, 10년... 무시로 넘나드는 것. 농부로서 말하자면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지요. 절망하지 맙시다. 민주주의 그리고 공화제. 나아가 자유, 평등, 공정, 생태, 공생... 우리 모두의 공동의 가치를 지키고 키워내기 위해. 여차하면 다시 촛불을 들고 싸울 수 있도록. 기운내자고요~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나마 ‘푸념 거리’라도 제공하자 싶었을까. 한편으로 정작 제 소회는 접어두고 이웃의 심기부터 살피고 있는 내 팔자도 참 기구하지 싶었다. ‘정치 소수자’의 비애랄까? 억울한 점이 없지 않지만 나로서는 선거에 이해관계를 두지 않으니 그 결과에 목숨 걸 일도 없다. 현실정치, 그 가운데서도 권력관계에 관한 한 이번 생은 가망이 없다고, 진작에 포기했던 터다.
그렇다고 이를 ‘정치 허무주의’라 오해하지는 말기를.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를 떠나 살 수 없다. 정치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선거만이, 권력쟁탈전만이 정치의 전부는 아니다. ‘어떤 가치를 구현하느냐’가 정치의 핵심일 게다.
그 점에서 ‘권력게임’보다 ‘삶의 정치’가 더 소중하다. 돌아보면 ‘국정농단’에 맞선 촛불항쟁 기간 내내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촛불을 들었더랬다. 진영의 이해가 아닌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조국 사태’ ‘박원순 사건’ 관련해서는 같은 이유로 함께 촛불을 들었던 이웃들과 핏대를 세우며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대선, 가치를 구현하는 비전-정책 대신 “쟤가 더 나빠요!”를 부르대는 개싸움에 질려 어서 선거가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예상대로 승패가 갈렸다. 그리고 당선자는 시민사회가 그 동안 어렵게 일궈온 생태-인권의 가치를 되돌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탈핵정책 역주행, 여성가족부 폐지, 최저임금-노동시간 퇴행 같은 공약이 그것이다.
그래서다. 지혜를 모아 다시 ‘삶의 정치’에 나서야 할 시간이 되었다. 월간 <완두콩> 2022년 3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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