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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낭만파 농부] 장마 이어 강력 태풍 By 차남호 2020년 08월 26일 02:36 오후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일시에 물폭탄을 퍼부어대는 장마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더니 ‘초강력’ 태풍 바비가 치고 올라온단다. 코로나19가 2주째 급격히 퍼지고 있는 와중이다. 지난번 물난리로 삶의 터전을 잃거나 어지럽힌 이재민, 논밭과 경작시설을 망쳐버린 농가들에 견주면 우린 천행인 경우다. 어쩌다 보니 파괴력이 크지 않은 물폭탄을 맞았고, 어쩌다 보니 자연재해에 비교적 안전한 곳에 터를 잡았을 뿐이다. 그저 요행일 뿐이다. 솔직히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장대비가 쏟아질 때면 뒷산이 무너져 내려 목조로 지은 집채를 덮치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다. 천행이라고 했지만 우리라고 피해가 없을 리 없다. 정도 차이일 ..
2020.08.27 -
논배미 물타령
오랜만에 논배미를 한 바퀴 둘러보고 오는 길이다. 중간물떼기(뿌리 발육을 위해 산소공급 차원에서 물을 빼고 논바닥을 말리는 일)에 들어간 뒤로는 처음 발길이니 거의 열흘 만이지 싶다. 중간물떼기 국면에서 이리 오랜만에 논배미를 둘러본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매일매일 살펴보면서 토질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논바닥이 갈라지고 땅이 단단해질 정도로 웬만큼 산소가 공급됐다 싶으면 다시 물을 대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럴 기회가 아예 없었다. 모내기 이후 때 맞춰 비가 내려 가뭄을 타지 않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심하다.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논둑이 무너져 내린 뒤에도 장마가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이따금 물난리를 치러야 했다. 엊그제는 1시간 동안 강우량 1백 미리에 이르는 그..
2020.08.05 -
논 농사꾼과 밭 농사꾼
[낭만파 농부]'생식성장' 접어드는데 By 차남호 2020년 07월 23일 10:19 오전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후 늦도록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세차게 쏟아 붓거나 오늘처럼 종일토록 비가 내린 지가 벌써 열흘 가까이 되었지 싶다. 게다가 앞으로도 일주일 넘게 비가 내리리란 예보다. 정말이지 지리한 장마. 날씨를 두고 농사꾼처럼 변덕이 심한 부류가 또 있을까? 벼농사 짓는 나로서는 비가 많이 내린 전반기 날씨가 무척 고맙던 터였다. 물을 흠씬 대줘야 하는 국면에서 때를 맞춰 빗물을 뿌려줬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모내기 이후 벼가 뿌리를 내리는 ‘활착기’가 그렇다. 무엇보다 물을 깊이 대줘야 제초용 우렁이가 제구실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올라오는 잡초가 물속에 충분히 잠겨야 우렁..
2020.08.04 -
돼지가 '순리'를 알겠냐마는
섭씨 33도.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이지 싶다. 6월초인데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졌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 땡볕 아래서 원산과 분토골 열 세 마지기 논둑 풀 베고 보강하는 작업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다음 주에 모내기를 하기로 했다. 그 전에 논배미를 만들어야 한다. 애벌갈이를 해 둔 논배미, 논둑을 정비하고 물을 잡아야 한다. 모내기 사나흘 전에는 써레질을 마쳐야 작업이 원활하다. 진작부터 했어야 할 일인데 더운 날씨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오다가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이렇듯 폭염을 무릅쓰고 나선 것이다. 선풍기가 돌아가지만 불어오는 건 더운 바람이다. 시원한 맥주 들이켜고 낮잠을 청하면 스르르 눈이 감겨 늘어지게 자기 딱 좋은 시간. 하지만 그럴 팔자가 못 된다. 아침나절, 논배미로 ..
2020.06.11 -
못자리와 돼지농장 소송
[낭만파 농부] 생태환경 파괴에 맞서는 우리의 선한 의지에 응원을! By 차남호 2020년 05월 24일 10:40 오전 # 못자리 어우마을 모정 앞 논배미에 마련된 못자리에는 지금 볏모가 쑥쑥 자라고 있다. 모판을 앉힌 지 채 보름이 안 돼 아직은 하얀 부직포에 덮여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줄지어선 비닐하우스처럼 보인다. 사나흘 뒤에는 웃자라는 걸 막고, 실온에 적응시키기 위해 부직포를 벗기게 된다. 아마도 눈부신 푸른 융단이 펼쳐질 것이다. 찰벼와 메벼가 뒤섞이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볍씨를 두 번 담그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못자리를 만드는 초반작업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벼농사두레 회원들이 여느 해보다 많이 참여한 덕분이다. 부처님오신날부터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두레작업에 바친 직장인 회원들..
2020.05.25 -
'황금연휴'를 못자리에 바치다
길면 엿새나 되는 5월의 ‘황금연휴’가 지났다. 사실 농사꾼에게는 달력에 박힌 ‘빨간 날’이 별반 의미가 없다. 농사라는 게 원리를 따져보면 작물(가축)이 주인이고, 농사꾼의 스케줄은 그 생육주기에 따를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그래도 직장인들과 함께 시골공동체를 이루고 살다 보..
2020.05.11 -
사회적 거리두기와 뒤늦은 벼농사두레 총회
[낭만파 농부] 막걸리 빚는 '막동이' By 차남호 2020년 04월 25일 11:42 오전 혹시나 싶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얼마 전 끝난 4.15총선 얘기다. 막장정치의 끝판을 보여준 위성정당 논란 속에 정치 비전과 정책 경쟁이 자취를 감춘 선거였다. 그럼에도 뚜껑이 열린 투표함은 이 천하의 꼼수를 용..
2020.04.26 -
코로나, 코로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려는 일마다 ‘파토’다. <농한기강좌>에 이어 이번엔 고산권 벼농사두레 정기총회가 취소됐다. 예정대로면 회칙을 개정하고, 임기가 끝난 임원진을 새로 뽑았어야 한다. 지난해 총회 때 사람들이 배꼽을 쥐며 즐거워했던 ‘멋진 회원상’ 시상식이 회의장..
2020.04.08 -
뒤죽박죽 세상사에도 농사꾼은 다시 씨 뿌려야
[낭만파 농부] 딴세상 돼 버린 현실 By 차남호 2020년 03월 27일 11:04 오전 한 달 만에 초토화다. 코로나19 사태가 무섭게 번져가더니 세계보건기구도 팬데믹(감염병 범세계 유행)을 선언했다. 이 땅에서는 그 기세가 한풀 수그러들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전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국면인 듯하..
2020.03.28 -
시골, 코로나19
기세 좋게 첫발을 뗐던 <농한기강좌>가 첫 강좌를 끝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단계로 격상된 직후다. 얼마나 공을 들여 준비했던가, 그리고 첫 강좌 이후 남은 네 차례의 강의에 쏠린 뭇사람들의 기대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어이하랴. 방역당국..
2020.03.10 -
노 교수의 음악 이야기
[낭만파 농부] '농한기 강좌' 첫 강의 By 차남호 2020년 02월 19일 11:07 오전 다시 <농한기강좌> 시즌이다. 어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번 강좌는 그 콘셉트와 일정이 지난해와 거의 비슷하다. 우리 ‘고산권벼농사두레’ 회원을 중심으로 강사단을 꾸리는 ‘사회기여활동’으로 격주 월..
2020.02.23 -
빈둥거린들 어떠리
눈이 제법 내렸다. 이번겨울 들어 처음이니 ‘첫눈’이라 이를 법하다. 설을 쇤 지 한참이고, 보름을 앞두고 있는 즈음에 첫눈이라니. 이웃집 아낙이 오밤중을 아랑곳 않고 동네톡방에 “첫눈이다!” 설레발을 칠 만했다. 부리나케 바깥등을 켜고 커튼을 젖히니 ‘매화꽃잎 흩날리듯’ ..
2020.02.10 -
누가 돼지해 아니랄까봐
기해년이 가고 경자년이 밝았다. 달력 첫 장을 뜯어내는 그 눈 깜짝할 사이에 한해가 훌쩍 넘어간다. 좀 우습긴 하지만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질서이니 나름의 뜻이 숨어있기도 할 테고, 얘깃거리도 생기는 것이겠지. 돌아보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을 넘어 그야말로 파란만장(波瀾萬丈)한 ..
2020.01.06 -
돼지농장, 불허가 처분 "물론 다 끝난 건 아니다"
[낭만파 농부] 엄청난 반전의 결과 By 차남호 2019년 12월 26일 09:55 오전 돼지농장을 재가동 하겠다며 업체가 낸 ‘가축사육업 허가신청’에 대해 완주군이 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업체에 이를 통보한 것이 지난 12월 18일, 군청으로선 처리시한을 한 차례 연장해가며 나름 고심을 거듭한 끝에..
2019.12.28 -
첫눈이야 왔건 말건
내리다 만 듯, 민망하긴 해도 첫눈이 왔다. 눈이 내렸고, 12월이 되었으니 정녕 겨울로 접어든 게 분명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싸돌다보니 계절이 바뀌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음이다. 첫눈이 내린 오늘도 아침나절부터 이리저리 내달았다. 다 그 놈의 돼지농장 때문이다. 한 라디오 시사..
2019.12.05 -
돼지농장과 싸움 반 년, 아이부터 호호백발까지
[낭만파 농부] "수욕정이풍부지" By 차남호 2019년 11월 28일 10:34 오전 문자 그대로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나무는 가만있으려 하나 바람이 내버려두지 않누나. 팔을 걷어붙이고 돼지농장 싸움에 뛰어든 지 반 년이 되어간다. 군청 항의방문과 한 달에 걸친 천막농성에 이어 서울 ..
2019.12.05 -
햅쌀밥? 기-승-전-돼지농장!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 그리고 가을걷이를 끝낸 농부의 마음은 과연. 물론 그때그때 다르지. 올해는 허허롭다. 황금물결 사라진 들녘은 썰렁해 보이고, 몇 해 째 이어지는 흉작으로 가슴엔 스산한 바람이 인다. 우리 벼농사두레가 해마다 가을걷이를 앞에 두고 ‘황금들녘 풍년잔치’를 ..
2019.11.05 -
가을걷이 끝났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고
[낭만파 농부] 흉작과 '농축산재벌' By 차남호 2019년 10월 28일 10:42 오전 올해 가을걷이가 끝났다. 안밤실-샘골-죽산-어우들로 이어진 콤바인 작업. 일주일 남짓 걸렸는데 실제 작업 날짜는 나흘. 날씨가 좋아 큰 어려움 없이 일을 마칠 수 있었다. 거둬들인 나락 가운데 일부는 물벼수매로 농..
2019.10.29 -
햅쌀 주문안내(2019년산)
햅쌀 주문 받아요~ 잘 아시겠지만 농약도, 비료도 전혀 하지 않은 건강한 쌀! 자연생태를 살리는 깨끗한 쌀입니다. 게다가 밥맛 좋기로 유명한 신동진 품종! 이미 예고한 대로 생산비 상승분을 반영해 5년 만에 쌀값을 조금 올렸습니다. 밥맛이 없으면 쌀값 받지 않아요~^^* 품 종 신동진(현..
2019.10.26 -
돼지농장, 냄새도 문제지만
결국 서울본사로 ‘쳐들어’ 간다. 농축산재벌 이지바이오가 들어선 강남대로 유니온센터 빌딩. 봉산리 5개 마을과 고산권 학부모회를 비롯한 30개 단체가 함께 하는 이지반사(이지바이오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는 완주사람들)가 상경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지반사는 애초 비봉 돼지..
2019.10.09 -
태풍, 기후위기, 돼지농장
[낭만파 농부] 이럴 때가 아니지만··· By 차남호 2019년 09월 23일 10:19 오전 17호 태풍 ‘타파’는 지금 제주도 오른쪽 바다를 지나고 있다고 한다. 그 분이 오기도 전인 어제 아침부터 굵은 빗줄기가 내리 이어지고 있다. 물폭탄이 떨어질 거라더니 정말 그럴 모양이다. 아직은 살랑대는 ..
2019.09.24 -
천막농성 한 달
처서 지나 9월로 접어드니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이 선선하다. 열흘 전만 해도 열흘 전만 해도 푹푹 쪄대던 날씨다. 기후변화를 생각하면 앞으로도 이렇듯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어쨌거나 그 찜통더위에 맨몸으로 맞서온 이들은 이제 선선해진 그 자리를 뜨..
2019.09.05 -
시골 생활의 새로운 투쟁
[낭만파 농부] 돼지농장과 천막농성 By 차남호 2019년 08월 22일 09:37 오전 처서가 내일모레,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올 여름도 힘겹게 지나왔지만 지난해에 견줘 그래도 양반이다. 논배미에서는 벼이삭이 고개를 내밀었다. 출수기, 이 때는 물을 흠씬 대줘야 낱알이 튼실하게 여문다. 다시 물..
2019.08.22 -
돼지는 죄가 없지만
누가 7월말-8월초 아니랄까봐 연일 푹푹 쪄대고 있다. 논배미 둘러보러 나선 길, 평소에는 한적한 주변 차도가 붐빈다 싶었더니 주말이다. 물어볼 것도 없이 완주 동북부에 있는 계곡을 찾아 나선 피서행렬이다. 사람들 바글거릴 게 뻔한 계곡풍경이 떠올라 저 틈에 낄 엄두가 안 난다. 에..
2019.08.07 -
벼, 몸집 키우는 단계서 나락 맺을 준비를 하는 때
[낭만파 농부] 기후위기와 농업·농촌 By 차남호 2019년 07월 19일 10:35 오전 7월 중하순. 누구는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 노래했지만 그런 고장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고, 벼 전업농이면서 조금 늦게 모내기를 한 우리로서는 좀 애매한 때다. 벼로 말하자면 새끼치기가 절정에 다다라 ..
2019.07.19 -
가뭄과 김매기... 그래도 백중놀이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애타게 기다리던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비다운 비가 내린 건 거의 한 달 만이지 싶다. 사실 요즘이야 수리시설이 잘 갖춰져 하늘 보고 벼농사 짓는 논은 거의 없다. 하다못해 관정이라도 파서 모터펌프로 물을 길러서 댄다. 그래도 심한 가뭄에는 어려..
2019.07.01 -
2019 갓찧은 써비스~
6월 28일 오후 10:29 · 생계형 벼농사... 말이야? 막걸리야? [차남호-갓찧은 쌀 주문 받아요] 다시 찾아온 더위의 계절, 건강 잘 챙기시고요. 여름철을 맞아 올해도 주문을 받아 바로 찧은 쌀을 보내드리는 <갓찧은 쌀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발송예정일은 6월28일(금), 미리 주문하세요~ 멥..
2019.07.01 -
모내기 대장정과 가든파티
[낭만파 농부] 아직 계속되는 가뭄 By 차남호 2019년 06월 25일 02:09 오후 사흘 만에 건성으로 모 때우기를 끝냈다. 제대로 하자면 한없이 빨려드는 게 땜질이라 ‘웬만하면 그냥 지나친다’는 철칙을 꿋꿋이 지킨 덕분이다. 지난해보다 경작면적이 늘어 처음부터 지레 겁을 집어먹은 점도 없..
2019.06.26 -
머우탕
사흘 만에 모를 다 때우고,핑계 김에 낮술 한 잔 걸치고,동네 어귀에 들어서자 눈에 띈 저거슨?우렁이+들깨가루... 떠오르는울 엄니 머우탕! 니들 오늘 주거쓰!
2019.06.20 -
가든파~뤼
6월 16일 오후 3:53 · 간밤의 '가든파~뤼' 흔적들. 모내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핑계로 벼농사두레 '농사꾼'들이 만든 자리. 버거운 날도 있지만 그것도 순간이고 놀듯이 일하고, 일하고 또 놀고... 나름 괜찮지 싶다는.
2019.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