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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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매기 또는 처절한 '전쟁'
모든 일에는 고비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 집 올해 벼농사에서 가장 큰 고비는 바로 요즘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김매기가 한창이다. 모내기와 모 때우기, 웃거름 주기에 이어 전반기 농업노동이 최고조에 다다른 셈이다. 벼농사에서 가장 고단한 노동은 누가 뭐래도 김매기다. 오뉴월 뙤..
2014.07.09 -
타는 들녘
마을 앞 초등학교에서는 지금, ‘풍년기원 단오 맞이 한마당’이 한창 펼쳐지고 있다. ‘친환경농법, 농촌사랑 그리고 생태체험’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단오절에 즈음해 이 고장 유기농 벼 작목반과 함께 여는 지역사회공동체의 축제마당으로 올해가 10회 째다. 10시가 조금 넘어, 한마..
2014.06.01 -
벼농사는 시작되고
못자리를 둘러보고 오는 길이다. 달포 전만 해도 ‘꽃 타령’으로 날을 보냈는데 계절은 어느새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나간 꽃철이 아쉬운 들녘에는 뭉게구름인 듯, 얼룩인 듯 고운 자취가 남아 있다. 자운영 꽃밭. 우리 못자리를 품은 어우들, 발목까지 차오른 뚝새풀과 더불어 ..
2014.05.10 -
마른 나무에 봄꽃 피듯
사방이 울긋불긋 꽃으로 뒤덮였다. 눈부시다 못해 어지러울 지경이다. 자연의 이 신비로운 조화 앞에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다. 하여 어떤 시인은 그 정경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 읊조렸다. 눈부시되 그저 휘황하지만은 않고 슬픔이 밴 아름다움. 그래서 봄은 한편으로 애달픈 계절..
2014.04.06 -
불공평한 봄햇살
봄이 오긴 온 모양이다. 바람은 한결 보드랍게 살갗을 스치고, 들녘에 돋아난 풀은 싱그러운 기운을 더한다. 겨우내 숨죽어 있던 여러해살이 화초들은 쭈뼛쭈뼛 새싹을 올린다. 물이 오른 매화는 머잖아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그런데 요 며칠 영하권을 맴도는 날씨에 아침나절은 잔뜩 ..
2014.03.10 -
다시 깨어나는 들녘
그제부터 급작스레 날씨가 추워졌다. 2월 초순, 아직 겨울의 복판이다. 들녘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설이 막 지났고, 어제가 입춘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계절도 바뀌는 법. 뉘라서 그 이치를 거스를 수 있을까. 사람 눈엔 보이지 않지만 자연은 다시 생명을 틔울 준비를 하..
2014.02.14 -
농한기를 돌려줘!
논바닥에 깔아놨던 볏짚을 묶어 나르고 오는 길이다. 우리가 쓸 건 아니고, 주란 씨네 누렁소가 먹을 여물이다. 소는 몇 마리 안 되지만 조사료 값이 꽤 든다고 한다. 흔히 ‘공룡알’로 불리는 곤포 사일리지(볏짚을 기계로 사려서 흰 비닐을 씌운 것) 값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
2014.01.04 -
<나는 난로다>와 '농가부업'
오늘부터 사흘 동안 <나는 난로다>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적정기술과 탈석유-로컬에너지의 결정체, 고효율 화목난로 한마당. 이 행사는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적정기술이나 난로 그 자체에 끌리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지닌 생태적 가치를 높이 살 뿐..
2013.12.09 -
가을걷이, 기쁨만은 아님을...
황금물결 일렁이던 들녘은 이제 칙칙한 흑갈색으로 되돌아갔다. 벼 가을걷이가 다 끝난 것이다. 하지만 죽산 마을 앞 우리 논 네 마지기만은 누런 벼 포기가 그대로 서 있다. 무슨 새로운 농법을 실험할 요량이냐고? 그러면 오죽 좋으랴만 알고 보면 ‘폭폭헌’ 노릇이다. 이 글을 쓰고 있..
2013.11.09 -
어떤 '일꾼'
고등학생 딸, 중학생 아들을 둔 도시여자 희주 씨. 사흘 동안 여기에 머물다가 지난 일요일 돌아갔다. 그냥 바람 쐬거나 쉬러 온 게 아니라 고된 농사일을 자청했고, 실제로 내내 그리 지내다 갔다. 그러니까, 그 일주일 전 쯤 뜬금없는 카톡 메시지가 떴더랬다. “실례인 줄 아는데, 일주..
2013.10.15 -
'학부모회장' 할만 해?
갈수록 도시살이가 힘겨워지면서 삶의 터전을 시골로 옮기는 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언론매체에서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는 ‘귀농인구’로 굳어지는 듯하다. 그런데 귀농인구는 크게 ‘귀농인’과 ‘귀촌인’으로 나뉜다. 도시민을 유치하려는 지방정부는 관련 조례 등에 귀농과 귀촌..
2013.09.12 -
생태농업의 끝은 어딜까
온대기후로 다시 돌아가기는 영 글러버린 것 같다. 아침나절부터 섭씨 30도를 웃돌고, 35도는 우습게 넘기니 말이다. 최장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억수장마도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아열대기후가 확실히 자리를 잡은 듯하고, 전문가들도 다들 그리 판단하는 모양이다. 불볕..
2013.08.08 -
농사의 가치
며칠째 화창한 봄 날씨가 이어지더니 오늘은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다. 아니나 다를까, 내일 새벽부터 온종일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가 떴다. 비록 ‘벚꽃 개화선’이 아랫녘 어디쯤을 지나고 있지만, 그래도 봄기운을 한껏 들이킬 수 있었는데 아쉬운 일이다. 비소식이 달갑지 않은 까닭..
2013.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