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133)
-
정유년, 벌써부터 숨가빠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식으로는 정유년, 새벽을 깨우는 닭 울음처럼 기운찬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으레껏 새해 덕담을 적어봤지만 갈수록 해가 바뀌는 것에 무덤덤해진다. 해맞이 같은 ‘요식행위’를 마뜩찮아 하는 천성 탓도 있지만, 농사를 짓고부터는 그걸 느끼기가 ..
2017.01.09 -
박근혜, 그리고 돼지
농한기로 접어든지 달포가 지났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전혀 한가롭지 못하다. 무능하고 부패한 최고권력자의 뻔뻔한 버티기로 ‘국력’은 물론이요 내 보잘 것 없는 기력도 허비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선 이미 지난 호에서 다룬 바 있다. 거기에 더 보태거나 뺄 것이 없다. 스스로 권..
2016.12.04 -
'최근혜 사태'를 보면
게다가 풍년이 아니었다. 벼이삭이 패고 익어갈 무렵 “올해로 4년 내리 풍년”이라는 전망이 퍼졌더랬다. 그 바람에 ‘풍년의 역설’이라고, 쌀값이 폭락을 넘어 ‘붕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풍년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만 해도 작년보다 20% 남짓 소출..
2016.10.30 -
아! 백남기
10월의 첫날. 이틀 동안 내리던 비가 멎었다. 하늘은 맑고 산야의 수목은 훨씬 또렷한데,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어느덧 가을이 많이 깊었다. 간밤에는 읍내 ‘서쪽숲’ 카페에서 김사인 시인의 작은 강연이 열렸다. ‘술과 시, 그리고 가을’이 주제였는데, 어쩌다가 뒤풀이에 휘말리면서..
2016.10.03 -
풍년은 죄가 없다!
애타게 기다리던 가을이 오셨다. 한 달 넘게 이어진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무더위’가 하루아침에 거짓말처럼 물러난 다음이다. 누구는 “한여름에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가을이더라”고 했다. 원래 가을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그보다는 여름이 가버린 게 더 반가운 게다. 어쨌..
2016.09.05 -
날씨 탓
아침 9시. 샘골 논두렁 풀베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다. 이로써 올해 두 번째 논둑치기가 모두 끝났다. 홀가분하겠다고? 글쎄다. 해마다 논둑치기를 해오고 있지만 이 짓을 꼭 해야 하는지는 흔쾌하지가 않다. 물론 좋은 점이 없지는 않다. 논두렁에 풀이 우거지면 보기에 어수선할 뿐 ..
2016.08.09 -
농기계 사고 '버라이어티 쇼'
점심 무렵부터 빗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다. 십년 묵은 체증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그야말로 ‘애타게’ 기다려온, 달디 단 비. 오랜 가뭄에 안밤실 논은 온통 논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저수지 수문을 열어볼까 했더니만, 저수지 또한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수문에 ..
2016.07.03 -
진짜 놀자판-먹자판
단오, 잔치는 끝났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나절까지 온종일 잘 놀았다. 온몸이 노곤하지만 기분 좋은 피로감이랄까. 원고마감일이 겹치는 바람에 뒤풀이를 못하는 불만이 없지 않다만. 사실 ‘풍년기원 단오맞이 한마당’이라는 이름이 오늘 잔치의 모든 걸 말해준다. 오늘 잔치에서 고갱..
2016.06.04 -
날더러 GM볍씨를 담그라고?
‘계절의 여왕’이라고들 하는데 나한테는 벼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다. 엊그제는 볍씨를 담갔다. 온종일 비가 추적거리는 가운데서도 벼농사모임 열 명 남짓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먼저 소금물로 쭉정이를 골라내고(염수선), 섭씨 60도로 데운 물에 10분 동안 침지(열탕소독)했다. 그 볍씨..
2016.05.01 -
고민하는 명호 씨
4월이 열렸다. 아울러 온갖 풀 나무도 여기저기서 활짝 꽃잎을 열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봄. 완주에서 맞는 여섯 번째 봄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마음 한 구석 불안감이 몰렸더랬다. 놀고먹던 좋은 시절(농한기)이 끝나가는 아쉬움, 곧 시작될 농사철을 맞는 부담스..
2016.04.03 -
그래서 '대보름'이다
이틀 내리 비가 내렸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흠씬 적셔주니 들녘엔 한껏 물이 올라 싱싱한 기운이 넘쳐난다. 오늘은 마침 겨울잠 자던 개구리 따위 깨어난다는 경칩, 이젠 꼼짝없이 봄이렷다. 우수 경칩은 온갖 미물을 깨우지만, 전통 농경사회 일꾼들한테도 슬슬 몸을 푸는 절기였다..
2016.03.05 -
사무치게 사무치는
엊그제가 입춘이었고, 설이 내일 모레다. 이 겨울의 끝자락. 농사꾼한테는 참으로 힘든 계절이었다. 한 동안 ‘이상고온’이 애를 먹이더니, 얼마 전에는 강추위와 큰 눈이 시설농지를 할퀴고 지나갔더랬다. 이기적 욕망이 불러들인 기후변화라는 부메랑. 이젠 하늘을 탓할 염치도 없게 ..
2016.02.06 -
그럼에도 농사를 안 놓는 까닭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당최 어쩌자는 건가. 밥쌀 3만 톤을 추가로 수입하겠단다. 가뜩이나 쌀값이 폭락하고 있는 마당이다. 통계청 조사로도 산지 쌀값은 단 한 차례 반등도 없이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해서 농민들은 남아도는 쌀 16만 톤 추가 격리조치가 내려지길 목 빼고 기다려왔다. 그..
2016.01.11 -
박근혜 시대, 농한기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를 잘 매듭짓자는 핑계로 이런저런 자리가 이어지면서 마음이 들뜰 때다. 게다가 농사꾼한테는 가장 한가로운, 이름 하여 ‘농한기’ 아니던가. 거리낄 것 없이 넘쳐나는 여유를 한껏 누려도 좋은 시절.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그리 녹록치가 않다. 여..
2015.12.13 -
쌀 한 톨에 우주가 담겼다는데...
사진- 주간 <한국농정> 2015년 10월 26일 미안하다. 이번에도 ‘쌀’ 얘기다. 둘러보면 곱게 물든 산야가 앞에 있고, 이 울긋불긋 한 시절만큼이나 세상사도 다채로운데 어이하여 또 쌀이냐고? 일단 날씨 탓으로 해두자. 오늘 아침, 올 들어 첫 서리가 내렸다. 그것도 된서리가. 날이 쌀쌀..
2015.11.02 -
마침내 황금빛 들녘
마지막 열매가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베풀어 주시라 해마다 이 즈음이 되면 저도 모르게 읊조리는 시구다. 똑 그렇게, 따사로운 햇살 받아 벼이삭이 실하게 여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저 들녘에 일렁이는 황금빛물결은..
2015.10.05 -
벼는 익을수록
찜통더위가 언제였던가 싶게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입추는 한참 전이고, 처서도 지났으니 그럴 밖에. 뉘라서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있을까. 어느새 9월, 계절은 이미 가을로 접어들었다. 그 변화는 들녘에서도 감지된다. 검푸른 생명력을 뿜어대던 논배미에는 연두 빛이 넘실댄다. 벼이..
2015.09.01 -
농사, 희망은 있는가?
장마가 지나가자 벌써 일주일 째 찜통 같은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침나절이고 한낮이고 가릴 것 없이 푹푹 쪄대니 당최 견디기가 힘들다. 밤에는 열대야가 극성이다. 더위에 지친 심신을 가눌 틈도 없이 잠을 설치니 곤죽이 되고 만다. 누군들 다르랴만 농사꾼에게는 힘든 시절이 아..
2015.08.01 -
농사? 이런 맛이지!
지난해 이맘때를 떠올리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김매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피를 뽑아야 하는 논이 스물 닷 마지기나 남았다. 그야말로 ‘전쟁’이다. 때로는 푹푹 찌는 논배미에서 숨이 멎어버리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난다.(<완두콩> 2014년 7월호) 여기저기 우거..
2015.07.04 -
'재미'도 없이 뭔 농사여?
6월 초순, 어쩔 수 없는 농번기. 바로 모내기철이다. 누가 뭐래도 벼농사의 절정은 다름 아닌 모내기다. 생각해보라. 나락모를 한 포기, 한 포기 논배미에 꽂아 넣는 그 엄청난 노동을. 그 놈이 뿌리를 내리고, 새끼를 치고, 무럭무럭 자라 포기마다 수천의 나락을 매달아 마침내 밥으로 둔..
2015.06.06 -
노동절에 볍씨를 담그며
5월1일. 노동절이자 ‘고산면민의 날’이다. 그러나 노동절대회는 언감생심이요, 면민의 날 행사에는 잠깐 들러 눈도장만 찍고 돌아왔다. 볍씨 담그는 날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한해 벼농사가 다시 시작된 거다. 예년보다 일주일 남짓 늦춘 것인데, 저온현상으로 자칫 냉해..
2015.05.02 -
잔인한 시절의 '봄 노래'
4월이다. 매화는 벌써 꽃잎이 졌고, 개나리는 활짝 피었으며, 벚꽃은 머잖아 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꽃 사태’를 이뤘으니 어지럽도록 눈부신 시절. 바야흐로 봄이 왔다는 얘기다. 그런데 ‘봄’보다 ‘4월’을 앞세운 건 화려한 잔치에만 마냥 취해 있을 수 없는 탓이..
2015.04.05 -
되살린다는 것
날씨가 흐려 ‘교교한 달빛’은 아니지만 보름달이 동녘 하늘에 떠올랐다. 횃불을 든 이장님이 푸른 대나무를 두른 달집에 불을 댕겼다. 대마디가 뻥뻥 터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길이 하늘로 치솟는다. 불붙은 소원지가 허공에 흩날리고, 아이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지난 대보름날 ..
2015.03.07 -
'동안거' 이야기
새해로 접어들고, 달포가 지났지만 이 즈음은 아직 ‘농한기’다. 물론 산업화 이전, 전통 농경사회에나 어울리는 얘기다. 세상은 이미 산업사회의 달력에 맞춰 돌아간다. 새해 첫머리의 여유가 채 가시기도 전에 농촌사회 또한 덩달아 부산하다. 벌써 이런저런 영농교육이 꼬리를 물고 ..
2015.02.09 -
벼농사 공부
새해는 밝았는데 세상이 왜 이리 어수선한지 모르겠다. 나라꼴이 말이 아닌 까닭이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거머쥔 자들의 눈꼴사나운 행태가 세밑을 어지럽히더니만 해를 넘겨서까지 저 모양이다. 어디 한 두 가지라야 짚어보기라도 할 텐데 벌이는 일마다 늘 상상을 뛰어넘으니 아..
2015.01.12 -
농한기, 싸전 그리고 이효리
‘목 빠지게’ 기다리던 농한기가 돌아왔다. 가을걷이를 모두 마친 농사꾼은 텅 빈 들녘만큼이나 홀가분하고 겨르롭다. 엊그제는 때마침 함박눈이 쏟아져 온 누리를 하얗게 덮고 있었다. 그 겨울풍경에 넋이 나가 SNS에 사진을 올리고 “쌓일 테면 쌓여보라!”고 감상을 적었더니만 금세 ..
2014.12.08 -
난데없는 <인문학> 교수 노릇
가을걷이가 한창인 들녘은 이제 황금빛에서 흙빛으로 돌아가고 있다. 비록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을비가 자꾸 내리는 통에 마음을 졸였지만 그렇다고 ‘수확의 기쁨’까지 앗아가는 건 아니다. 나로서는 이 가을에 또 하나 거둬들인 게 있어 기쁨이 곱절이다. 지난 7월부터 퍼머컬처대..
2014.11.02 -
와일드푸드 축제 뒷담화
가을걷이를 앞두고 있지만 ‘황금빛 들녘’을 노래하기엔 아직 2%가 부족하다. 지금은 연두빛이 대세다. 하지만 잠깐 사이 풍경은 바뀔 테고, 넘실거리는 벼이삭에 벌써부터 마음은 한껏 넉넉하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여기저기 축제 마당이 벌어지는 것이렷다. 완주군도 4년 전부터 그 대..
2014.10.05 -
석 달... 아! '세월'이여!
역시 세월을 거스를 순 없는 모양이다. 김매기는 아득하고, 불볕더위는 야속하던 게 엊그젠데 어느새 바람이 선선하다. 벼이삭은 차츰 고개를 깊이 숙이며 황금물결을 예고하고 있다. 추석이 코앞이니 계절은 바야흐로 ‘결실’을 노래할 참이다. 무릇 세월이 가면 달라지는 것이 만물의 ..
2014.08.31 -
쌀 관세화, 농가가 안 됐다고?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 계절은 아직 멀었다. 지금은 ‘하늘은 변덕스럽고, 농사꾼은 삐쩍 마르는’ 계절이다. 딴에는 ‘자연 다이어트’라 눙치고, 보는 사람도 “턱 선이 살아났다”느니, “샤프해졌다”느니 탄성을 내지른다. 하지만 그게 고된 김매기 때문이란 걸 서..
201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