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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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즐거움
느닷없이 비가 내리는 바람에 동네 잔치판이 깨지고 말았다. <황금들녘 나들이>라고 해서 가을걷이 잔치를 벌이려던 참이었다. 황금물결이 일렁이는 들녘을 거닐면서 메뚜기 잡고, 잘 익은 홍시감 따고, 토실토실한 알밤도 줍고, 막걸리 한 사발로 흥을 돋워 풍물가락에 어깨춤을 들..
2015.10.16 -
마침내 황금빛 들녘
마지막 열매가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베풀어 주시라 해마다 이 즈음이 되면 저도 모르게 읊조리는 시구다. 똑 그렇게, 따사로운 햇살 받아 벼이삭이 실하게 여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저 들녘에 일렁이는 황금빛물결은..
2015.10.05 -
농사, 희망은 있는가?
장마가 지나가자 벌써 일주일 째 찜통 같은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침나절이고 한낮이고 가릴 것 없이 푹푹 쪄대니 당최 견디기가 힘들다. 밤에는 열대야가 극성이다. 더위에 지친 심신을 가눌 틈도 없이 잠을 설치니 곤죽이 되고 만다. 누군들 다르랴만 농사꾼에게는 힘든 시절이 아..
2015.08.01 -
'뜬모'를 아시나요?
보식(補植)이라고도 하고, 쉽게 말해 모를 때우는 일이다. 이앙기로 모를 내고 나면 제대로 심겨지지 않아 떠오르거나, 모판에 문제가 있어 빈 칸(결주)이 생기는데 그걸 땜질하는 것. 오늘 저물녘에 그 모 때우기가 다 끝났다. 50마지기 때우는데 열흘 남짓 걸렸다. 사실, 열흘 씩이나 모를 ..
2015.06.27 -
'재미'도 없이 뭔 농사여?
6월 초순, 어쩔 수 없는 농번기. 바로 모내기철이다. 누가 뭐래도 벼농사의 절정은 다름 아닌 모내기다. 생각해보라. 나락모를 한 포기, 한 포기 논배미에 꽂아 넣는 그 엄청난 노동을. 그 놈이 뿌리를 내리고, 새끼를 치고, 무럭무럭 자라 포기마다 수천의 나락을 매달아 마침내 밥으로 둔..
2015.06.06 -
마지막(?) 농사수업
올해 벼농사, '마음의 준비' 끝? 벼농사 '공부'로는 사실상 마직막 모임. 어제 저녁 읍내 카페에서 열렸다. <서쪽숲에 네발요정이 내린 커피>라는 긴 이름을 단 곳.... 어떤 사람은 '네발요물'이라고도 부른다마는...^^ 때마침 무위당 장일순 선생 작품전을 개막하는 날이기도. 저마다 올..
2015.04.18 -
<영상실록 벼농사>
오늘 벼농사모임에서 발표한 주제다. 반 년에 걸친 벼농사 과정을 사진으로 꾸몄다. 그러니 그 내용이야 뻔할 뻔자. ... 그런데 말이다... 어제부터 이틀 동안 지난 3년의 순간순간을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하는 마음이 그리 간단치가 않더라. 게다가 오늘 저녁, 그 심정을 육성..
2015.03.25 -
이런 날도 있는거지
처음부터 조짐이 수상했다. 다섯번째 벼농사모임. 발표를 맡은 사람부터 예정보다 1시간 늦게 도착한다 하고,... 이러저런 사정으로 참석이 어렵다는 메시지가 줄을 서더니 다른 이들도 꿩구어먹은 소식. 외진 곳이라 핸드폰도 딱 한 회사말고는 안 터진다. 어찌 해볼 도리가 없어 답답하..
2015.02.27 -
수상한 공부모임
어느덧 한 달 반이 흘렀고, 네 차례 만났다. 날이 갈수록 참석자 숫자가 늘어나고,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별 일이다. 친환경(이 말 별로 맘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쓴다) 벼농사모임 얘기다. 예닐곱 명으로 첫발을 떼었는데 지금은 참석자가 곱절을 넘는다. 함께 하고 싶다는 사..
2015.02.13 -
벼농사 공부
새해는 밝았는데 세상이 왜 이리 어수선한지 모르겠다. 나라꼴이 말이 아닌 까닭이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거머쥔 자들의 눈꼴사나운 행태가 세밑을 어지럽히더니만 해를 넘겨서까지 저 모양이다. 어디 한 두 가지라야 짚어보기라도 할 텐데 벌이는 일마다 늘 상상을 뛰어넘으니 아..
2015.01.12 -
벼농사는 시작되고
못자리를 둘러보고 오는 길이다. 달포 전만 해도 ‘꽃 타령’으로 날을 보냈는데 계절은 어느새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나간 꽃철이 아쉬운 들녘에는 뭉게구름인 듯, 얼룩인 듯 고운 자취가 남아 있다. 자운영 꽃밭. 우리 못자리를 품은 어우들, 발목까지 차오른 뚝새풀과 더불어 ..
2014.05.10 -
볍씨 넣는 날
조금 전 일을 끝내고 돌아왔다. 사방은 깜깜, 어둠에 잠긴 시간. 긴 하루였다. 이리 고단한 노동을 해 본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 온종일 볍씨를 넣었다. 기계로 모를 내기 전에는 못자리 바닥에 곧장 볍씨를 뿌렸다. 써레질을 한 뒤 이랑을 매끈하게 밀어 그 위에 촘촘이... 이앙기가 도..
2014.04.30 -
[볍씨 담그기] 다시 벼농사는 시작되고
마침내 올해 벼농사가 시작됐다. 그제(22일) 저녁, 느닷없이 친환경벼작목반 회의가 소집됐다. 잠정집계된 우리집 올해 벼농사 면적은 42마지기(8,400평). 샘골에서 3마지기가 늘었고, 광수 씨가 넘겨준 게 6마지기. 이날 통하하던 병철 씨가 느닷없이 자기 논 9마지기를 맡으란다. 마을 앞에 ..
2014.04.24 -
봄날이 가고 있다네
세차게 내리치던 빗발이 수굿해졌다. 말 그대로 억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치는 통에 고추밭에 비닐 씌우기(멀칭)를 하다가 도망치듯 돌아온 참이다. 비에 젖은 척척한 작업복을 갈아입고 가늘어진 빗줄기를 내다본다. 오늘 작업은 며칠 전부터 잡혀 있었다. 애초 오전 10시께 ..
2013.05.03 -
봄나들이 다녀와 나는 쓰네
온종일 변산에서 노닐다 돌아왔다. 지난 2월말에도 다녀왔으니 두 달 새 두 번째다. 저번에는 바닷물 떠오는 게 주목적이라 격포항 방파제에서 콧구멍에 바닷바람 들인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름부터가 ‘봄나들이’였다. 우리 ‘친환경 고추작목반’이 벼르고 별러 떠난 길이..
2013.04.12 -
두번째 벼농사를 앞두고
며칠째 화창한 봄 날씨가 이어지더니 오늘은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다. 아니나 다를까, 내일 새벽부터 온종일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가 떴다. 비록 ‘벚꽃 개화선’이 아랫녘 어디쯤을 지나고 있지만, 그래도 봄기운을 한껏 들이킬 수 있었는데 아쉬운 일이다. 비소식이 달갑지 않은 까닭..
2013.04.11 -
누가 '봄'을 보았다 하는가?
언제까지 갈까 싶더니만 이제는 겨울추위가 걷혔다. 아직 ‘봄의 소리’를 읊조릴 만큼은 아니지만 달라진 바깥기운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 봄기운이 몹시도 반가운 것은 지난겨울이 유난히 추웠고, 눈도 많이 내린 탓일 게다. 정말 추웠다. 오죽하면 봄나물을 찾아보기가 힘들까. 봄나..
2013.03.21 -
이게 '묻지마 관광'으로 보이니?
아직 설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농한기'의 끝이 보인다. 물론 농사준비에 들어간 건 아니고, '머리와 마음의 몸풀기'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그것도 한꺼번에... 당장 오늘, '친환경 수도작 작목반 선진지 견학'이라는 이름으로 전남 벌교를 다녀왔다. 이게 대체 뭔 말인지 한참 들여다본 ..
201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