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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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모와 진딧물
한 주일 만에 대하는 고추모. 싱싱하고 풋풋한 것들을 보고 있자니 주책없게도 눈시울이 또 시큰거린다. 쭈그리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니... 우듬지 연한 순에 진딧물이 꼬여 있다. 농약 한 번이면 깔끔해지겠지만, 그런 얘길랑 벙긋도 않은 손들이 바삐 움직인다. 손끝에서 진딧물의 '수..
2014.04.24 -
양파밭
조팝꽃 흐드러진 산기슭에 양파밭이 있다. 야트막한 산이라 가파르지는 않지만 많이 구부러진 비탈밭. 요즘 양파잎은 짙은 청록색을 띠고 있다.... 그 옆에 마늘밭이라도 있으면 짙푸른 융단을 깔아놓은 듯 눈맛이 시원하다. 바야흐로 '폭풍성장'의 계절. 땅 속에는 다마네기? 아직은 아니..
2014.04.15 -
밭농사 준비
월요일 아침. 쌀쌀한 줄 알고 두터운 겉옷을 입고 나섰다가 따사로운 봄볕을 만났다. 잠깐 몸을 움직였더니만 땀이 흐른다.... 고추모는 여전히 튼실하게 크고 있고, 양파도 그새 부쩍 자랐다. 이젠 알뿌리가 단단하게 자랄 일만 남은 건가? 그나저나 양파밭 옆자리는 묵은 풀이 우거져 있..
2014.04.08 -
늙은 아들과 어미의 '콜라보'
내일 모레면 팔순인 어머니는 여적 오십줄에 들어선 맏아들네 밑반찬을 챙긴다. 김장김치는 말할 것도 없고 시절따라 철따라 풋김치, 무침, 나물...... 서울 살 때는 명절과 생신, 많아야 서너 차례였다. 시골, 그것도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내려와 살다보니 무시로 불러대신다. 어제 전갈..
2014.04.08 -
고추모 온상에서
온종일 꽃 속에 파묻혔다 돌아오니 덤덤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꽃도 꽃이지만, 풋것들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여느해보다 일찍 찾아온 따듯한 햇볕, 부드러운 바람이 빠르게... 들녘을 푸른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한 주일만에 만난 고추모~ 그새 부쩍 자랐다. 비닐 온상을 벗어나..
2014.04.08 -
고추가 죽다니...
오늘 아침나절은 봄기운이 완연했고, 닷새 전 미처 마무리 못한 양파밭 풀매기를 끝냈다. 오늘따라 안개가 낀 듯 상공이 뿌옇더니 뉴스피드에 '미세먼지' 얘기가 많이 눈에 띈다. ... 대륙에서 누런먼지가 또 날라온 모양이다. 아무튼... 운영 씨네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다시 씨를 묻은 고..
2014.02.24 -
고추모를 붓다
고추모를 부었다. 두 번째 고추농사가 시작된 셈인데, 지난해와는 여러 모로 다른다. 무엇보다 '자연농'에 한결 가까워졌다. 전남 곡성에서 구해온 재래종 고추-칠성초와 곡성초-일 뿐더러 꼬투리에서 직접 씨를 받았다. 화학요법으로 소독해서 은박봉지에 담아 파는 씨앗을 사다가 부은 ..
2014.01.26 -
또 하나의 '기적'
이 또한 기적이라 할 것 같다. 오늘, 마침내 벼수확을 모두 끝냈다. 물이 차서 질척거리던, 하여 절반가량을 일일이 낫으로 베었던 문제의 죽산 배미를 콤바인으로 털어버린 것이다. 지난 일요일, '여인군단'과 더불어 벼를 베서 묶고 세워놨지만 마음 한 켠에선 불안했던 게 사실. 과연 콤..
2013.11.09 -
'앓던 이' 하나
논바닥이 너무 질척해 수확작업을 중도 포기했던 샘골 한 마지기. 보름 만인 오늘, 비로소 나락을 털었다. 이번에는 마을 이장 님한테 신세를 졌다. 작업을 포기했던 이는 기계가 크게 고장나는 바람에 어쩔 도리가 없었고,... 이장 님은 오직 사명감(?) 하나로 어렵게 콤바인을 끌고 왔다. ..
2013.11.09 -
작은 '기적'
그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사 꿈만 같다. 물이 흥건하고 질퍽거려 콤바인이 도저히 들어설 수 없어보이던 죽산 논배미 얘기다. 오늘 오후, 콤바인 작업하기 힘든 곳의 나락을 모두 베었다. 낫질로.... 베긴 베어야 하는데...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으니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억지..
2013.11.09 -
징징대덜 말어!
올해 나락농사 막판에 생각지도 못했던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다. 그래봤자 질퍽한 논바닥 문제인데, 그게 쉽지가 않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고 했듯 나락이 저리 옹골차게 여물었는데 설마 내버리는 상황이 오진 않겠지... 그렇게 믿는 구석이 있다. 농사도 이젠 산업화됐다 하지만 그..
2013.11.01 -
올해 벼농사, 그 화려한(!) 피날레
생각했던 대로라면 오늘은 벼 가을걷이를 마치는 날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를 못했다. 이번에는 시간여유를 두고 콤바인 작업을 위한 밑(갓)돌리기를 그제부터 해오던 차였다. ... 엊저녁, 마지막 차례로 죽산 논으로 갔다. 그 동안 살펴본 대로 논바닥은 잘 말라 있다. 심지어 단단하..
2013.10.31 -
양파모 옮겨심던 날
바야흐로 양파 심는 철이다. 적잖은 논은 벼를 베자마자 구멍 숭숭 뚫린 비닐을 뒤집어 쓰고 양파모를 기다린다. 이 고장에서는 논 이모작 작물로 양파가 대세다. 더욱이 올해는 양파값이 괜찮아선지 재배면적도 더 늘어난 듯 보인다. 우리 작목반도 진작 양파를 심기로 하고 모를 키워왔..
2013.10.29 -
'찰현미'
현미는 쌀 고유의 영양분을 간직한 먹거리다. 씨눈이 그대로 살아 있고, 단백질을 비롯해 주요 영양소가 집중된 겉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를 모두 깎아낸 백미는 그 성분이 거의 탄수화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현미밥이 보약'이라고 극찬한다. 문제는 질감이 흰..
2013.10.26 -
수확이 단지 기쁨만은 아님을...
농번기는 농번기인 모양이다. '번거롭고, 복잡하다'는 뜻 그대로다. 게다가 오늘은 정말이지 '폭폭한' 일이 꼬리를 물었다. 역시 일은 '느닷없이' 시작됐다. 막 점심을 끝냈는데 전화가 울린다. 제실 강 씨, 밭갈이 때문인가 싶었는데... "있잖유, 시방 시암골 나락 비고 있으니께 빨랑 나와..
2013.10.23 -
나락을 담다가...
몹시도 바쁜 하루가 지났다. 역시 농사일로 바빠야 시골사는 느낌 제대로 난다. 그런데... 먹거리는 어차피 돌고돌아야 하는 법! 이른바 '유통'이란 것도 큰 틀에서 농사렷다. ... 요즘 내가 쌀을 '처분하는' 방식은 '도농직거래'라고 한다. 그런데 유통방법도 여러가지. 아침나절, 주란 씨가..
2013.10.19 -
방아를 찧었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 꿈을 꾸었다. 걱정이 되었던지 피곤한 데도 깊은 잠을 못 이뤘다. 여섯 시가 조금 못 돼 눈을 떴는데... 아! 그 때까지도 먼동이 트지 않았다. 창문 밖은 그 적 어둠에 싸여 있다. 일곱 시가 가까워서야 날이 밝았다. 덮어놓았던 비닐을 벗겨내니 보송보송한 나락이 드러..
2013.10.18 -
'소농'의 비애
아놔~ 이건 뭐, '느닷없는 인생'이 돼간다. 아침 11시가 조금 넘어 전화가 왔다. "한 30분 뒤부텀 안밤실 나락 벼유~" 재실 강씨다. 환장하겄네~... 강씨야 어차 '조수'니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그제 수확을 하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작업을 중단했었다. 그럼, 햇볕이 쨍쨍했으니 어제 ..
2013.10.18 -
논바닥 말리기-2013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논바닥 말리기'가 큰 짐이 되고 있다. 농업진흥청의 <벼농사 지침>은 이삭 팬 뒤 40일까지는 물을 2~3센티로 얕게 대거나 걸러대기(사흘 동안 댄 뒤 이틀 동안 빼기)를 하라고 돼 있다. 이에 따르자면 아직 논바닥을 말릴 때가 아닌 셈. 하지만 농사가 어찌 지침 ..
2013.09.05 -
나락 꽃이 피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좀 격조했다. 벼농사가 주업인 농사꾼이 한 달 만에 나락 얘기를 꺼내게 됐으니 하는 말이다. 이게 다 '피사리 효과'다. 올해는 피가 올라오지 않는 바람에 지난해와 견줘 피사리에 들일 품을 벌었고, 그게 대략 한 달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 달포 남짓은 논에 발길을 끊었..
2013.08.21 -
장마와 고추
첫물 고추를 딴 지 일주일 만에 고추를 두벌 땄다. 점심이 지날 즈음,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굵은 소나기가 한 시간 넘게 쏟아지는 바람에 일을 할 수 있으려나 했다. 다행히 작업 예정시간이 4시가 가까워오자 비가 멈췄다. "우리, 지금 고추밭으로 출발했어요!" 비가 그치기 전부터 전..
2013.08.05 -
어떤 '자연농'
우리 친환경고추작목반에서 '견학'을 다녀왔다. 오지로 꼽히는 진안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일 듯 싶은 두메마을. 찻길이 끝나는 산자락에 서너집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고, 그 맨 윗쪽에 50대 부부가 두 아이와 함께 사는 그림같은 집이 서 있다. 지은 지 6년쯤 됐다는 스트로베일(볏짚)하우..
2013.07.31 -
첫물, 고추를 따다
하필 오후 4시냐고! 땡볕이 지글거리는 그 시간에 고추를 땄다. 사람 키를 우습게 넘기고도 터널을 이룬 고추 '숲'에서 비오듯 땀을 쏟아내며 툭, 툭 고추를 땄다. 그 놈들, 새빨간 것들이 참 크기도 하다. 보기만 해도 매운 맛이 연상돼 침샘을 자극한다. 다행히 탄저병도, 역병도 오지 않..
2013.07.30 -
피사리 '원정'
피사리 '원정' 우리논 30마지기 피사리를 딱 7시간 만에 끝냈다는 건 이미 얘기했고. 요즘은 그 다음 일거리로 논두렁 풀을 베고 있다. 장마를 거친 뒤 끝이라 하루가 다르게 풀이 자라 우거져 있다. 논두렁 풀에는 여러 가지 벌레들이 깃들어 살아간다. 게 중에는 벼를 해치는 놈도 있지만,..
2013.07.17 -
너무 싱거웠던 피사리
피사리가 이리 싱겁게 끝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제는 한 시간 남짓 집 가까운 논 열 댓 마지기 파시리를 했고, 어제와 오늘은 안밤실 열 마지기를 해치웠다. 어제는 땡볕이 잦아든 저녁 무렵 두 어시간, 오늘은 아침 일찍 시작해 10시쯤 끝났다. 피사리하는 데 들인 시간을 ..
2013.07.10 -
피사리 시작...
차남호 23:30|facebook 피사리 시작... 오늘부터 피사리가 시작됐다. 지난해... 피 때문에 얼마나 고달팠던가! 두 달 가까이 '피말리는' 전쟁을 벌였고... 피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으로 몰아간 그 무모함 때문에 급기야 피사리를 마무리하지 못했던 아픈 기억! 피사리는 너무도 뚜렷한 생채기를 ..
2013.07.08 -
허리가...
차남호 11:56|facebook 헐~ 허리가... 역시 무리를 했나. 그예 탈이 나고 말았다. 어제 아침, 일찍부터 멍석망(나락을 말릴 때 쓰는 그물망)을 손질했다. 멍석망은 나락 말리는 데 쓰는 물건이지만, 못자리를 할 때는 두둑에 깔고 그 위에 모판을 얹는다. 모가 땅 속에 너무 깊이 뿌리를 내리는 ..
2013.07.07 -
[모내기 회고담3] 이런 '기계치' 또 있을까?
끔찍한 건 작업만이 아니었다. 나는 기계를 다루는 데 몹시 서툴고, 무서울 때도 있다. 자동차 접촉사고를 많이 내는 바람에 새 차를 사면서 보험회사들이 보험계약을 거절하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했다. 또 하나, 운전면허는 ‘1종보통’인데 줄곧 자동변속기(오토)차량만 몰다보니 수동..
2013.07.06 -
[모내기 회고담2] 손수 이앙기를 몰다
첫 모내기를 끝내고 열흘이 지나 두 번째 모내기 날짜를 잡았다. 하지만 정작 이앙기를 몰 사람이 없다. 은종 씨는 첫 모내기가 끝난 뒤 그예 서울로 떠나버렸단다. 다른 ‘기사’를 수소문 해봤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제 남은 길은 하나, 내가 손수 이앙기를 몰 수 밖에. 모내기 ..
2013.07.06 -
[모내기 회고담1] 아! 포트모 이앙기
이윽고 때가 되어 모를 내기에 이르렀다. 망쳐버린 못자리 가운데서 그래도 쓸 수 있는 모판이 절반 남짓 되었는데 이 놈들부터 먼저 심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가 모내기 하는 방식은 일반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모판부터 4백 여 개의 작은 볍씨방(포트)으로 이루어진 포트모판을 쓴다. ..
201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