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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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 앞두고 도랑치기
이제 벼농사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돌이켜보면 얼결에 시작한 농사였고, 그런 탓에 뜻하지 않은 일이 꼬리를 물었다. '내 농사'라고는 난생 처음이다보니 둘쭉날쭉, 두서도 없고 요령도 없었다. 일머리도, 농사의 기초원리도 모르니 멍청히 있다가 때를 놓치거나 무턱대고 시작했다가 ..
2012.09.04 -
'볼라벤'의 경고
태풍 '볼라벤'이 할퀴고 간 자리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그런데 29일 오전만 해도 '태풍피해 생각보다 적었다'는 넋나간 보도가 나오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중부지방보다 남부지방이 피해 컸다'로, 그 다음은 '농작물·수산물 피해 심각'으로 논조는 바뀌어갔다. 실제로 마을 어르신들은 "..
2012.08.30 -
'피말리는 작전'은 어찌 됐냐고요?
참으로 오랜만에 단비가 내리고 있다. 새벽부터 시작했나, 내리다 멎기를 거듭하고 있는데 빗줄기가 주룩주룩 시원하기만 하다. 이 얼마만인가. 물경 스무날 넘게 쨍쨍하기만 하던 하늘이 마침내 물기를 머금었다. 때를 맞춰 지긋지긋하던 무더위도 물러난단다. 지금 창문으로 스며드는 ..
2012.08.10 -
'피말리는 아침' 작전, 중간보고
열흘 넘게 '작전명-피말리는 아침' 전황보고를 하지 못했다. 전투가 중단됐었느냐면 그건 아니다. 그 새에도 크고 작은 교전이 일곱 차례나 있었다. 그러면 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원고지구' 전투를 지원하느라 보고할 겨를이 없었고 해야 겠다. 이제 원고지구 전투가 거..
2012.07.20 -
뒤늦은 '출사표'
평화주의자에겐 미안하게 됐다. 뭐,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고 해서 내가 전투적이거나 군사문화에 젖어있는 인간은 아니다. 다만, 나름대로 절박함을 나타내자니 이게 맞춤하다 싶을 뿐이다. 뭔 말인고 하니... 어제부터 다시 전투를 시작했다. 전장은 샘골 아랫배미. 작전명- 피말리는 아..
2012.07.10 -
어떤 '비포-에프터'
다 해치우고 나니 하늘에라도 오른 듯한 기분이다. 오늘 아침, 마침내 모정논 피사리를 마쳤다. 이게 몇 일 만이던가. 오늘은 작정을 하고 나섰다. 마침 토요일이라 아이들도 등교하지 않으니 거리낄 것도 없다. 6시, 일어나자 마자 이곳으로 내달렸다. 뭐, 작업내용이야 뻔한 것. 그래도 ..
2012.07.07 -
연이틀 비내린 날의 삽화
연이틀 큰비가 쏟아지니 껄쩍지근 하게 남아 있던 온누리의 잡것들이 다 쓸려가는 느낌이다. 어느날 또 진짜 큰물이 나서 속을 뒤집어놓을지 모를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반갑기 그지 없는 비다. 게다가 핑계 김에 어제, 오늘 원고농사 맘잡고 할 수 있었잖은가. 그게 다 비 덕분이지...ㅎㅎ..
2012.07.06 -
물장화 신고 지심매기-이틀째
지심매기 이틀째. 비가 온 뒤로는 학교앞과 모정에만 나가봤던 까닭에 나머지 논 상태가 궁금했다. 학교앞엔 모터가 돌고, 물사정이 괜찮은 걸 확인하고는 모정을 건너 뛰어 샘골로 갔다. 가운데 논부터 둘러봤다. 제초기를 돌린 다음 어찌 되었나 싶어서다. 대체로 풀이 무성해보이지는 ..
2012.07.03 -
물장화 신고 지심매기
그제, 참으로 달디 단 비가 내렸다. 그것도 온종일 주룩주룩. 그 동안의 가뭄은 이 비로 해갈된 것 같다. 참으로 고마운 비'님', 그래서 옛 사람들은 비가 '오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심정을 고스란히 이해할 것 같다. 저 빗줄기를 흠뻑 뒤집어쓰고 싶은 맘 굴뚝 같았다. 그런데 오후까지..
2012.07.02 -
"안 되야! 농약 혀!" 풀과 싸우다
요즘 잡초와 전쟁을 하고 있다. 내가 지금 씨름하고 있는 그 대상물을 뭐라 불러야 할지 한참 고심했다. 그냥 편하게 얘기하면 벼포기 사이에 자라나는 이런저런 풀들이다. 그냥 쓸모 없고, 먹을 수도 없는, 보통 잡초라고들 부르는 풀이다. 하지만 윤구병 교수는 '세상에 잡초가 어디 있..
2012.06.26 -
모내기 타령 이중주 (2)
상황을 보아하니 은종 씨가 작업을 마치고 다른 논으로 옮겨간 것 같은데 문제는 어느 논으로 갔느냐다. 운영 씨가 마침 휴대폰을 집에 두고와 난감하다. 일단 내 휴대폰으로 운영 씨 휴대폰을 연결하니 사리 씨가 받는다. 다행히 우리가 다음 코스로 생각해둔 제실논으로 옮겼다고 한다...
2012.06.11 -
모내기 타령 이중주 (1)
마침내 모내는 날 아침이 밝았다. 진작부터 받아놓은 날이지만 막판에 한나절 또는 하루 정도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가 오갔다. 그러더니 정작 꼭두새벽, 5시 반부터 시작이란다. 하긴 농사짓는 시골에서 오뉴월 그 시간이면 새벽이 다 뭔가. 먼통이 터서 동창이 밝은 지 이미 오래고, 뭇 ..
2012.06.11 -
막걸리 잔에 빠뜨린 단오잔치
다시 동네 잔치판이 벌어졌다. 제8회 풍년기원 단오맞이 한마당. '친환경농법, 농촌사랑 그리고 생태체험'이란 부제가 붙었다. 다들 알다시피 단오는 음력 5월5일, 고유명절의 하나다. 마한시대에는 파종이 끝난 뒤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음주가무로 밤낮 쉬지 않고 놀았다는 기록..
2012.06.03 -
첫 모내기, 그 지루함에 대하여
첫 경험 치고는 지루하고도 싱거웠다. 모내기. 날짜를 받아놓고는 사나흘 전부터 좀 긴장이 됐던 게 사실이다. 택일부터가 여러 모로 어정쩡했다. 우선 다른 곳을 제쳐두고 샘골 가운데 배미 네 마지기(두 필지)만 먼저 심기로 했다. 여기는 농기계(이앙기) 진입로가 마땅찮아 옆 논보다 ..
2012.06.03 -
자전거 이야기
어스름이 내려 앉는 5월 하순의 저녁시간. 저녁을 좀 든든히 먹었는가 포만감이 느껴진다. 아이들을 닦아 세운다. "얘들아, 자전거 삭책 가자!" 보통 작은 녀석은 옳거니 따라 나서는데 큰 아이는 일단 튕기고 본다. 결국은 따라나서게 되면서도. 따라 나서게 하는 '비법'은 그때 그때 분위..
2012.05.26 -
어떤 '인간승리'에 대한 보고서
결국, 마침내, 드디어, 끝내... 끝났다. 거름주기가. 지난 21일부터 나흘에 걸친 '대장정'이 오늘 오후 1시, 막을 내린 것이다. 두 팔 안쪽을 물들인 시퍼런 멍자국과 후줄근한 입성을 훈장으로 남긴 채. 가릅재에서 어우마을 모정, 샘골을 거쳐 백도리에 이르는 총연장 10리길에 널린 연면적 ..
2012.05.24 -
유박거름 주다가 곤죽이 되다
어제부터 논에 거름을 주고 있다. 모내기 전에 주는 밑거름용 유박(油粕)이다. 제품에 굳이 생소한 한자식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말로는 '깻묵'이다. 참깨, 들깨, 콩, 땅콩...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 아무튼 그 깻묵을 가공해서 만든 천연비료를 흔히 유박이라 부른다. 물..
2012.05.22 -
솎아 '먹으려니' 품이 제법 들더라
오랜만에, 마음먹고 남새밭(텃밭) 푸성귀들을 갈무리했다. 남새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심지어 쇠어가는데 그걸 거둬들일 틈도, 마음의 여유도 생기지 않았댔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어젯밤 늦게 광주에서 올라온 '일꾼'이 생긴 것. 일꾼이래 봤자 부실하기 이를데 ..
2012.05.20 -
반갑다, 땅강아지
반가운 손님! 게다가 뜻밖에 찾아왔다면 참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자님도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 하시지 않았던가. 오늘 아침 마주친 손님이 그러했다. 그 주인공은 땅강아지. 모판을 덮은 부직포를 손보고 있자니 저만치서 후두둑. 비닐하우스에 빗발이 내리치는 소리다. 이윽..
2012.05.14 -
배를 띄우든 말든, 자운영은 곱기만 하여라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뭔가 심상치가 않다. 어제 아침까지 보았던 장면과는 분명 너무 다르다. 물높이... 고랑을 채울랑말랑 했는데 부직포 높이까지 넘실거릴 기세 아닌가. 이건 아니지 싶다. 후딱 물이 들어오는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두둑을 터 놓지는 않았는데 몇 군데 반뼘쯤 헐린 ..
2012.05.09 -
파릇파릇, 나락모를 마주하다
5월4일, 모판을 못자리로 옮긴 뒤 매일 아침 그곳을 둘러본다. 함께 벼농사를 지을 김 장로, 운영 씨랑 월화수, 목금, 토일로 나눠 맡기로 했다. 내게는 토일이 배정됐다. 나야 어차피 매일 둘러볼 요량이었으니 별 상관없는 일이지만... 오늘 아침도 밥술을 놓기가 무섭게 자전거에 올랐다...
2012.05.08 -
메이데이가 예서는 '면민의 날'
5월1일, 메이데이. 놀러 내려오마던 녀석들은 일이 덜 끝나 다음에 오마고 전화를 날렸다. 맘잡고 밀린 숙제나 해치울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침 일찍부터 전화통이 울린다. "어쩌죠. 이장님 '특명'이라 지금 나오셔야 쓰겄네요..." 읍내 잔디구장에서 운영씨가 급전을 띄워온다. 어제만 해..
2012.05.07 -
[스크랩] [견문] 완주, 고산면 하고도 어우리
'완주'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아무래도, 완산주부터 시작해서 전주시 옆에 있는 고장 쯤으로 여기는 게 보통이지 싶습니다. 실제로 아래 관광지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완주군이 전주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군청도 전주시내에 있고요. 이 때문에 전주+완주 통합론이 계속 ..
2012.05.07 -
[스크랩] 집정리도 끝나고, 그럭저럭 자리 잡아 가네요
한 동안 격조했지요?^^ 실은 엊그제 장을 보고 있는데 우리 정혜경 여사가 느닷없이(!) 전화를 했더라고요. "카페를 그리 방치해 둘거냐, 관리 좀 하라"는 핀잔을 들었지요. 해서 겸사겸사 소식 전합니다. 그새 또 한번 이사하고, 짐정리에 집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뭔 놈의 집..
2012.05.07 -
[스크랩] 첫소식에 대한 `보충설명`^^
사실 제가 때로는 대책없는 놈이 돼놔서리...ㅠ.ㅠ 우리가 중고등학교 다닐 적에 '무작정 상경'이라는 말이 유행했었죠. 저같은 경우는 그 정반대에 해당합니다. '무작정 탈경'...ㅎㅎㅎ 남아 있었대봤자 별 할 일도 없는 서울, 일단 뜨자. 그 동안 흥청망청 소비하고, 쓰레기 엄청 만들어냈..
2012.05.07 -
[스크랩] 완주에서 첫소식 올립니다~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 역시 쉽지가 않은 일인가 봅니다. 그새 한 달이 가까워 오네요. 어느 결에 이리 시간이 흘렀는지...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곧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널직한 강줄기~ (여기는 만경강 상류로, 물길을 둑-동네이름을 따 '어우보'라 이름-으로 막아 마치 호..
2012.05.07 -
[스크랩] 2월말에 전북 완주로 이사합니다
마침내(!) 집을 구했습니다. 나온 집이 거의 없어서 3주 동안, 주말마다 현지에 내려가 발품을 팔아서... 엊그제 월세계약을 맺었습니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어우리 라는 동네고요. 아이들이 다닐 학교 바로 근처입니다. 올해 신학기에 맞추다보니 2월하순(20일~25일)에 이사할 계획입..
2012.05.07 -
못자리 만들기, 그 열흘의 기록
세월에 쫓기듯, 세상에 쫓기듯 무턱대고 덤벼든 벼농사였다. 이따금 신기해진다. 어쩌면 이리 진도가 척척 나가는지... 어느새 못자리 일을 끝냈다. 씻나락을 골라서 소독한지 열흘만이다. 이것으로 벼농사 반은 한거란다. 때로는 무슨 장난 같기도 했고, 때로는 제조업 조립라인에서 단..
2012.05.06 -
[스크랩] 못자리고, 텃밭이고... 봄날이 가고 있다네.
시골에 살다보니 평일-주말 개념이 시나브로 희미해집니다. 그나마 학교 댕기는 아이들 때문에 잊지 않고 살고 있네요. 오늘이 그 일요일 아닌개벼요. 애들 덕분에 늘어지게 늦잠을 자볼까나 생각하던 찰나에 전화벨이 울리네요. 벼농사 같이 짓기로 한 그 양반이네요. "오늘 못자리판 로..
2012.05.06 -
[스크랩] 춘래불사춘! 4월 하고도 중순인데...
오랜만이네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다들 잘 지내시겠지요? 저도... 완주로 내려온지 이제 한 해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농사일을 시작해볼 요량입니다. 일단... 자녀교육&전원생활을 위해 이 동네로 이사온 분들-보통 '귀촌인'이라 하지요-하고 텃밭을 시작했습니다. 한 ..
2012.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