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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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블로그!
사무치는 표현욕구를 해소하고, 세상에 말을 건넬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블로그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런데 삽시간에 사정이 바뀌어 버렸다. 현란한 정인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겨 조강지처에게 소홀해진 남정네 처지라고나 할까... (젠더 감수성이 뭐 이따위냐고 핏대를 올릴 사..
2013.03.13 -
고추모 이사하던 날
'이사'라는 말에서 당신은 어떤 기억이 떠오르는가. '대표이사' 말고 '포장이사'의 이사에서 말이다. 전세금이나 임대보증금을 올려주지 못해 더 작은 집으로, 더 외진 곳으로 짐을 싸야 했던 서러움을 떠올리는 이도 있겠지. 하지만 갈수록 더 넓은 평수로, 더 큰 집으로 옮기는 게 보통이..
2013.03.06 -
2013년 3월1일 Facebook 이야기
차남호 23:15|facebook 봄나물의 '비극' 큰 아이가 어제부터 난데없는 '냉이무침' 타령을 하더라. 평소엔 냉이국, 나물무침 따위 기껏 해줘도 고개를 외로 꼬던 녀석인데... 본능적으로 계절감각을 느끼나보다 싶어 부랴부랴 엄니댁으로 왔다. 마트에서 파는 봄나물-십중팔구 온상재배한-을 멕..
2013.03.01 -
옮겨심기를 앞둔 고추모
월요일, 고추모와 만나는 날이다. 애초 오늘은 옮겨심을 땅 로터리 작업을 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운영 씨가 로터리 작업을 할 관리기를 빌려놓지 않았다. 관리기란 여러 농사작업을 하는 소형 경운기로 생각하면 된다. 주로 시설채소나 밭작물 관리에 쓸모가 많다. 기계..
2013.02.25 -
첫 삽질
일주일 만에 또 모였다. '친환경 고추 공동작목반' 쯤으로 부를 만한 사람들. 원칙대로 하자면 작목반원 모두가 매일 이곳 비닐하우스에 나와야 한다. 고추모가 자라는 비닐터널 속 온도를 맞춰주고, 미지근한 물도 줘야 한다. 밤 시간에는 보온을 위해 전기열선을 가동하고, 비닐-담요-비..
2013.02.18 -
고추, 떡잎을 내밀다
사실, 이걸 뭐라 불러야 할 지 한참 고심했다. 고추 씨앗에서 처음 올라온 이파리 두 장. 떡잎, 새싹, 새순, 움... 또 있나? 다 맞을 수도 있지만 게 중 딱맞는 이름은 떡잎이지 싶다. 고추모를 부은 지 2주만에 들여다본 비닐터널 속은 푸른 빛이 완연하다. 입춘이 가고, 설도 지났건만 날씨..
2013.02.13 -
엄동설한에 고추모를 붓다
오늘 고추모를 부었다. 고추씨를 뿌렸다는 얘긴데, 모종을 길러내려 씨뿌릴 땐 '모를 붓는다'고 한다. 하긴 고추농사엔 직파법이 없으니 씨를 '뿌릴' 일은 없는 셈이다. 그건 그렇고... 바깥 기온은 영하로 꽁꽁 얼어있지만 비닐하우스 안은 그새 땅이 녹아 질척거린다. 안으로 들어서니 벌..
2013.01.28 -
끝내 농한기가 끝났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오늘, 올해 농사가 시작됐다. 물론 전통적 농사라면 지금은 농한기 한복판이다. 아직 설도 지나지 않았고, 땅바닥은 꽁꽁 얼어 괭이를 튕겨낸다. 그러니 지금은 '놀고먹는' 농한기라 믿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게 다 그 잘..
2013.01.27 -
이게 '묻지마 관광'으로 보이니?
아직 설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농한기'의 끝이 보인다. 물론 농사준비에 들어간 건 아니고, '머리와 마음의 몸풀기'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그것도 한꺼번에... 당장 오늘, '친환경 수도작 작목반 선진지 견학'이라는 이름으로 전남 벌교를 다녀왔다. 이게 대체 뭔 말인지 한참 들여다본 ..
2013.01.25 -
어떤 농사꾼들의 공부모임
한동안 겉돌던 '행복한 농장' 공부모임이 활기를 되찾았다. 오늘, 초저비용으로 친환경 유기농업을 하는 방법을 공부했다. 이른바 '자닮농법', 자연을닮은사람들이 펴낸 <친환경 유기농업>을 교재로. <몬산토-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을 공부한 지 두어 달 만인 것 같다. 이미 <친..
2013.01.23 -
되살아난 강변풍경
지난 28일부터 큰 눈이 내려 수북하게 쌓인 뒤로는 본의 아니게 '두문불출'이다. 바람이나 쐬어볼까 문밖을 나서도 발목까지 빠지는 눈밭은 뒤축을 꺾어 신은 신발 속을 파고 든다. 멀리 가지도 못하고 하릴없이 울안을 맴돌며 마을 뒷산과 허연 들판으로 눈길을 던질 뿐이다. 그래도 눈덮..
2013.01.03 -
2년 만에 시내버스를 탔다
여기로 이사온 지 두 해 남짓이 되는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시내버스라는 걸 타봤다. 정확히는 두번째다. 첫번째는 이사오고 두 달 쯤 됐을 때다. 그나마 그 때는 새로 산 승용차을 인수하러 전주시내로 갔던 길이다. 따라서 통행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무효!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읍내 병..
2012.12.27 -
겨울비 내린 밀.보리밭에서
한 동안 영하권 추위가 이어지더니 어제 그제는 날이 좀 풀리고 비가 내렸다. 오늘 아침, 밖으로 나섰더니 그 동안 쌓였던 잔설이 말끔히 녹아내렸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어찌 이리도 간사한지... 눈길이 미끄러워 넘어지고 차사고 날까 조바심치던 그 속알머리가 이번엔 또 다른 걱..
2012.12.15 -
온통 하얗다
눈 다운 눈이 내렸다. 몇 일 전 내린 첫눈 같지 않은 첫눈에 살짝 실망(?)했더랬다. 그랬더니 보란 듯이 펑펑 쏟아부었나 보다. 그날 내리다 만 듯한 눈발이 뿌려져 있던 이웃집 배추밭. 가만히 보면 밑동만 남아 있는 놈들이 군데군데 보이고, 멀쩡한 놈들은 하나 같이 고갱이가 들어차지 ..
2012.12.07 -
웬, 때 아닌 봄똥?
분명 어제 찍은 사진이 맞다. 그런데 눈앞의 배추는 엉락없는 봄똥(노지에서 겨울을 보내어, 속이 들지 못한 배추. 잎이 옆으로 퍼진 모양이며, 달고 씹히는 맛이 있다-네이버사전)이다. 사실은 지난 9월 중순에 씨를 뿌린 엇갈이배추. 김장용으로 기른 건 아니고, 김장 전에 혹 묵은 김치..
2012.12.02 -
저 페이스북을 어찌할꼬?
어찌하다가 '페북질'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필연이나 구상보다는 우연히 이루어지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물흐르 듯 살고 있다는 뜻인가? 아무튼 페이스북 또한 우연에서 비롯됐다. 달포 전, 3년 가까이 써온 2G 슬라이드폰이 수명이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오랜..
2012.12.02 -
김장하는 날
김장은 겨우살이 준비의 '꽃'이라 할 만 하다. 사실 겨우살이 준비란 게 그다지 즐거울 수 없고, 되레 큰 짐이라 해야 할 것이다. 농경사회는 겨울이 되면 우선 움직이기가 쉽지 않고, 추위 때문에 먹거리도 지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놀고 먹을' 수밖에 없는데, 한 철을 그리 하자면 미리..
2012.11.26 -
행복했던 열흘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곱절이 된다고 했던가. 요 몇일 '나누는 기쁨'에 흠뻑 취했다. '쌀 한 줌'의 힘이 이다지도 클 줄은 미처 몰랐다. 그저 농사꾼으로 '연착륙' 했음을 알리고자 하는 뜻이었는데 반응이 뜨거워 몹시 놀랐다. 지난 12일, 농기계교육 전기용접 실습 차..
2012.11.23 -
마지막 나락걷이, 아울러 내년농사 시작
올해 벼농사, 그 피날레를 장식했다. 아울러 내년 농사의 첫삽이기도 했다. 우리가 짓는 논은 모두 여섯 군데로 나뉘어 있다. 수확작업이 콤바인 임자의 일정에 달려 있다 보니 지금까지 네 군데 논의 벼베기를 네 번에 나눠 했다. 그런데 한 달 넘게 논바닥 말리기에 매달렸지만 결국은 ..
2012.11.01 -
'친환경' '생태'를 실행하는 농사꾼들
사실 이건 좀 설익은 얘기다. 갓난아이로 치면 칠삭둥이 쯤 되려나? 아무튼 지금 꺼내기에는 좀 시답잖은 그런 얘기가 되겠다. 그렇다고 이 얘기를 서둘러 꺼내야만 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어떨결에 그리 됐을 뿐이다. 뭔 대단한 얘기를 하려고 그리 사설이 길꼬...
2012.10.19 -
첫 가을걷이, 그 싱거움에 대하여
벼농사가 참 싱거워졌다. 그 하이라이트라 할 모내기, 가을걷이도 그렇다. 동네가 들썩이고, 뭔가 가슴을 설레게 하던 그 풍경들은 이젠 영영 다시 보기 어렵게 됐지 싶은 게 아쉽고, 안타깝다. 반나절만에 세 마지기 벼 가을걷이를 뚝딱 해치우고 난 소감이다. 늦잠을 자고 있는데 휴대전..
2012.10.13 -
텃밭은 다시 푸른 빛
텃밭을 일궈 씨를 뿌린 지 보름이 지났다. 그 동안 청명한 가을날이 계속됐다. 하늘은 높고 푸르며, 공기는 시원하고, 햇볕은 따사로운 정말 소망스러운 그런 날들이. 물론 뜻하지 않은 사고가 터져 심란한 나날을 보낸 탓에 그 좋은 날을 느낄 겨를은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텃밭에 물주..
2012.10.06 -
'디지털 시스템'의 빛과 그림자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그 정점에 있는 게 컴퓨터 시스템. 인간활동의 모든 영역은 이제 컴퓨터 시스템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령 대다수 민간-공공기관과 기업체의 업무는 이른바 모바일 환경, 인터넷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어디 업무환경 뿐인가. 일상적인 삶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2012.10.06 -
'도구치기'의 달인?
"오늘도 걷는다마는..." 그 노래가 떠오른다. 논바닥 말리는 일을 생각하다보면. 농사라는 게 본시 '요행'이 없는 법인가 보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기대는 매번 여지없이 무너져왔다. 그러면서도 좀체 요행수를 바라는 마음은 고쳐지지 않는다. 기본적인 배수체계를 갖춰놓고 기다리면 ..
2012.10.04 -
오늘도 '운하'를 파고 왔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말았다. 논바닥 말리는 일 말이다. 가을걷이까지 한 달 넘게 남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늦어도 10월 중순까지는 나락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얘기를, 콤바인 가진 동네 어르신한테서 들었다. 논바닥을 잘 말려야 한다는 얘기도 덤으로. 그..
2012.09.27 -
'논바닥 말리기' 대작전
나락을 거둬들일 날이 이제 달포나 남았나? 그런데 '벼베기'는 옛말이 되었다. 아니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아예 큰 사고다. 콤바인으로 수확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면 어쩔 수 없이 한 포기, 한 포기 낫으로 밑동을 베는 것이다. 어떤 지경일까? 바로 논바닥이 마르지 않아 물이 고이거나 질척..
2012.09.24 -
텃밭, 그 나머지 절반에도 씨를 뿌리다
세월이 하 수상하니 5일이 지나 이제서야 끄적인다. 다름 아닌 마을회관 앞 텃밭 얘기. 밭의 절반만 일궈서 엇갈이배추, 무 씨앗을 뿌렸더니만 그 찜찜함이 사무친다. 여전히 바랭이 풀이 우거진 나머지 절반 땅을 볼 때마다 그랬다. 언제까지 버틸 수도 없다. 날짜가 지날수록 파종시한이..
2012.09.24 -
푸성귀도 챙겨야 하니
올해 농사가 벼농사 하나로만 꾸려지다 보니 농사일 또한 단조롭기 그지 없었다. 그러고 보니 7월 이후로는 지금껏 오로지 피사리에만 매달려왔다. 태풍에 쓰러진 벼를 묶어 세운 일 정도가 그나마 다르다면 다를까. 거참... 굳이 찾아보면 없지도 않을 거다. 가령 철따라 할 수 있는 '채집..
2012.09.16 -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피 한 포기
"멫 일 걸리겄네!" 그 어르신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오늘 아침나절에 끝난 모정앞 논 피사리는 일주일이 걸렸다. 이번에도 한 이틀, 길어야 사흘쯤을 예상했는데 결국 '희망사항'으로 끝나고 말았다. 내 가늠자는 이렇듯 늘 터무니없이 빗나간다. 오전부터 비가 내리고, 오후시간엔 ..
2012.09.16 -
세상에서 가장 질긴 놈... 그대 이름은 피!
지난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내리 나흘을 논에 나가보지 못했다. 목, 금은 책원고 마지막 교정작업에 매달리느라 토, 일은 서울서 떼로 몰려온 벗들과 어울리느라... 하긴 그 사이 비도 꽤 쏟아져 무리를 해서 나가봤더라도 그다지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
2012.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