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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도 있는거지
처음부터 조짐이 수상했다. 다섯번째 벼농사모임. 발표를 맡은 사람부터 예정보다 1시간 늦게 도착한다 하고,... 이러저런 사정으로 참석이 어렵다는 메시지가 줄을 서더니 다른 이들도 꿩구어먹은 소식. 외진 곳이라 핸드폰도 딱 한 회사말고는 안 터진다. 어찌 해볼 도리가 없어 답답하..
2015.02.27 -
비봉산 산책(?)
점심 먹고 가볍게(!) 마을 뒷산 산책하자길래 아무 생각없이 무심코 따라 나선 길. 숲 속 오솔길을 얼마간 걸었을까... 저기 보이는 산 꼭데기가 목적지라 한다, 헐~ 가파른 산마루에 접어드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아, 이건 21세기 빨치산 행군이다... 휘잉~ ..
2015.02.22 -
봄을 재촉하는?
을씨년스런 겨울비 타령 닷새 만에 봄 기운 뻗히는 얘길 하려니 좀 남사스럽다. 내리는 비를 막을 수야 없지만서도 닷새 전에는 '추적추적' 내리더니만 이번에 '촉촉' 하게 내린다. 설마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 사람은 없겠지. 온도계에 나타난 눈금이 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바람도 한결 ..
2015.02.22 -
겨울비
참 쓸쓸한 이름. 내리 이틀째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날이 춥지는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여기 살면서부터는 비에 관한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모내기하고 나서 한 두달 즈음 말고는 농사에는 달갑지 않은 까닭이다. 그 점에서 오늘 비는 중립적이라 할까? 그런데... 날씨에 예민해지면..
2015.02.16 -
온새미로 편백숲?
상관 편백숲이다. 예서 남쪽으로 30Km 거리에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전주 아래쪽에 있는 상관면은 행정구역으로는 완주군에 딸려 있다. 자동차로 30분 남짓 걸린다. 지금은 문을 닫은 '죽림온천'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곧 '공기'마을에 다다른다. 공기가 좋아서 붙은 이름인..
2015.02.16 -
수상한 공부모임
어느덧 한 달 반이 흘렀고, 네 차례 만났다. 날이 갈수록 참석자 숫자가 늘어나고,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별 일이다. 친환경(이 말 별로 맘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쓴다) 벼농사모임 얘기다. 예닐곱 명으로 첫발을 떼었는데 지금은 참석자가 곱절을 넘는다. 함께 하고 싶다는 사..
2015.02.13 -
'동안거' 이야기
새해로 접어들고, 달포가 지났지만 이 즈음은 아직 ‘농한기’다. 물론 산업화 이전, 전통 농경사회에나 어울리는 얘기다. 세상은 이미 산업사회의 달력에 맞춰 돌아간다. 새해 첫머리의 여유가 채 가시기도 전에 농촌사회 또한 덩달아 부산하다. 벌써 이런저런 영농교육이 꼬리를 물고 ..
2015.02.09 -
벼농사 공부
새해는 밝았는데 세상이 왜 이리 어수선한지 모르겠다. 나라꼴이 말이 아닌 까닭이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거머쥔 자들의 눈꼴사나운 행태가 세밑을 어지럽히더니만 해를 넘겨서까지 저 모양이다. 어디 한 두 가지라야 짚어보기라도 할 텐데 벌이는 일마다 늘 상상을 뛰어넘으니 아..
2015.01.12 -
농한기, 싸전 그리고 이효리
‘목 빠지게’ 기다리던 농한기가 돌아왔다. 가을걷이를 모두 마친 농사꾼은 텅 빈 들녘만큼이나 홀가분하고 겨르롭다. 엊그제는 때마침 함박눈이 쏟아져 온 누리를 하얗게 덮고 있었다. 그 겨울풍경에 넋이 나가 SNS에 사진을 올리고 “쌓일 테면 쌓여보라!”고 감상을 적었더니만 금세 ..
2014.12.08 -
눈 2014
한 동안 철없는 가을비, 겨울비가 끊이질 않더니만 이번엔 눈 차례인가. 이 달 들어 벌써 두 차례, 제법 많이도 내렸다. 오늘은 온 들녘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이른 새벽 바지런을 떨었을 누군가의 발자국만 빼꼼, 찻길이야 원래 바퀴자국이 새겨지는 것이고... 그나마 날이 푹해선가 한나..
2014.12.08 -
어머니의 김장 은퇴?
드디어 김장하는 날. 간밤의 통음 탓에, 아침나절 늦게 어머니 집에 도착했는데 어라? 김장 작업장인 비닐하우스가 비어 있다. 아하! 간식으로 수육을 싸먹는 시간이겠거니... 방안으로 들어서니 늦은 아침을 들고 있는데 온통 식구들 밖에 없다. 게다가 싸한 분위기. 어찌 된 노릇이냐 했..
2014.11.24 -
김장준비
김장철만 되면 나는 움츠러든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탓이다. 개뿔, 아는 게 있어야 말이지... 그냥 '을' 신세가 된다. 시키는 대로 하는... 올해도 그렇다. ... 이번 주말에 하신단다. 우리 엄니가... 지휘하시는 대로 따르면 되는 거다. 배추도, 무도, 갓도, 마늘, 생강, 고춧가루, ..
2014.11.20 -
세번째 가을걷이를 하며
힘든 한 해였다. 무엇보다 날씨 때문에 애를 먹었다. 모내기철 지독한 가뭄으로 온갖 잡초가 우거지는 통에 끔찍한 김매기에 시달렸더랬다. 그러더니 이번엔 ‘장마’라 해야 어울릴 법한 가을비가 두 차례 지나갔다. 나락을 거둬들여야 하는데 자꾸만 늦춰지니 속이 탔다. 마지막 수확이..
2014.11.17 -
노란 손수건
이 곳 고산 고을의 앞산이라 할 안수산(安峀山)에 올랐다. 해발 550m에 지나지 않지만 경사가 가파른 악산이다. 닭 볏이나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계봉산(鷄鳳山)이라 부르기도 한다. 제 고장에서 등산하는 건 드문 일이다. 일 삼아 오르는 보통이고 이날 산행 또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
2014.11.16 -
세번째 방아
올해 첫 방아을 찧은 것이 지난 10월 23일. 20일 만인 14일, 세 번 째 방아를 찧었다. 가을걷이 뒤 한 달도 안 돼 햅쌀 1/3이 팔려나갔다는 얘기다. 이날 찧은 양은 4톤을 헤아린다. 예상했던 것보다 흐름이 빠르다. 내놓은 물건이 빨리 팔려나간다는 것. 사업이라는 관점에서는 좋은 일이다. 그..
2014.11.16 -
올챙이 적 생각
그제 근수 형님한테서 카톡이 왔더랬다. 방아를 찧어야 겠는데, 건조장에서 방앗간까지 나락포대를 실어다 줄 수 있냐고...... 이 분으로 말 할 것 같으면 아직 농사꾼은 아니고, 마을만들기 사업을 하시면서 '연습 삼아' 밭 한 뙈기와 논 서 마지기를 짓고 있다. 교직에 계신 남 선생님하고..
2014.11.14 -
변산 마실길에서
전날의 통음으로 늦게서야 눈을 떴다. 이미 약속시간이 지난 시각. 마바람에 게눈 감추듯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둘째 아이 들쳐메고 집결장소로 갔더니만 30분이 지났다. 다행히 버스는 떠나지 않고 있었다. 버스에서 모자란 잠을 보충하고 도착한 변산 모항 근처. 갯내음이 희미하게 실..
2014.11.09 -
화암사 2014 가을
가을 속으로 갔다. 눈을 뜨니 하루가 통째로 비어 있는 날. '단풍절정기' 등고선이 바로 이 즈음이란다. 자연더러 인간사에 맞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걸어들어갈 밖에. 찬란한 햇살을 등에 지고 갔다. 불명산 화암사! 단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곳! 게다가 오늘은 보살님이 곶감..
2014.11.09 -
햇살 좋은 어느 가을날
시간이 어정쩡하여 한가로이 집뜰을 거닐고 있다. 그거 참, 이 여유가 좀 거북한 걸 보니 아직도 물이 덜 빠진 게야...
2014.11.04 -
샘골, 마지막 가을걷이
내리 사흘 퍼붓던 비가 그쳤으니 거둬들이면 되는 것이다. 논바닥엔 빗물이 흥건히 고였지만, 어차피 금새 마를 것도 아니다.... 차라리 물이 차 있는 편이 콤바인 운행에 유리하단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장 회장한테 신세를 졌다. 나락을 훑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처잠한 바퀴자국. ..
2014.11.04 -
난데없는 <인문학> 교수 노릇
가을걷이가 한창인 들녘은 이제 황금빛에서 흙빛으로 돌아가고 있다. 비록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을비가 자꾸 내리는 통에 마음을 졸였지만 그렇다고 ‘수확의 기쁨’까지 앗아가는 건 아니다. 나로서는 이 가을에 또 하나 거둬들인 게 있어 기쁨이 곱절이다. 지난 7월부터 퍼머컬처대..
2014.11.02 -
참말로...
다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속울음도 주룩주룩~ 어제 오후 예정됐던 벼베기는 시작도 못했다.... 그러니 벼는 저 비를 흠씬 맞고 있는 것이고, 논바닥에는 빗물이 고이고 있을 터다. 속절없이 '여유'를 즐기고 있지만 한 마디로 죽을 맛이다. 어제의 사달은 이랬다. 앞 차례로 수확하..
2014.10.31 -
쌀 배송 작업
오전 내내 방아를 찧었고, 1톤 트럭에 가득 싣고서 거북이 걸음으로 돌아왔다. 숨돌릴 틈도 없이 배송준비 시작!... 10Kg 짜리는 다시 나눠 담아야 한다. 진공포장용 두꺼운 비닐봉투에 넣고 밀봉한다. 그나마 20Kg 짜리는 방앗간에서 포장해준 그대로 넣으면 되니 따로 나눠담는 작업이 필요..
2014.10.31 -
역시 담양이더라
어제, 담양으로 소풍을 다녀왔다. 여기 완주에 있는 '퍼머컬처대학' 수강생들과 함께. '대안 대학'에 해당하는 교육기관인데... 어쩌다보니 팔자에 없는 '교수' 노릇을 했더랬다. 지난 넉 달 동안 매주 <농사인문학>을 강의했는데, 자세한 얘기는 조만간 다시 하는 걸로 하고... 다음주..
2014.10.27 -
'찰벼' 수확
오늘, 마을 앞 풍경이 바뀌었다. 삽시간에 황금물결이 사라져 버린 것. 찰벼 심은 다섯 배미-열 한 마지기를 털었다. ... 연이틀 비가 내렸어도 여기는 워낙 물이 잘 빠지는 땅이니 문제없다. 이 지대는 장마 철에 이삭이 패는 바람에 '백화' 피해를 입었다. 쭉쩡이가 태반이라 소출이 눈에 ..
2014.10.26 -
'첫 방아'를 찧다
안밤실 6마지기에서 거둬들인 나락을 오늘 찧었다. 올해 첫 햅쌀을 '알현'하는 날~! 백미와 현미가 각각 800Kg씩.... 놀라운 사실은 방앗간에서 20Kg 씩 담아줬다는 것. 무조건 40Kg 포대에 담는 줄 알았던 거라. 그걸 일일이 20Kg 포대에 나눠 담고, 저울로 달고... 지난 세월에 은근히 부아가 치..
2014.10.26 -
반갑다, 가을 햇살!
언제 그랬냐 싶게 햇빛이 쨍~ 내리 이틀 쏟아부은 뒤끝이라 하늘은 티없이 맑다. '청명'이라던가?... 노래라도 부르고 싶건만, 농사꾼 마음이 어찌 그런가. 발길은 이내 찰벼를 심은 마을앞 논배미로... 뭐,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진 않았지만 막상 물고인 논바닥을 보며 가벼운 한숨. 머잖아..
2014.10.22 -
야속한 가을비
그제 밤부터 였으니 벌써 이틀째 차가운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여... 어느 땐 비가 오십네 반기다가도 이럴 땐 드러내놓고 싫은 내색. 계면쩍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어쩔 수가 없는기라. 설핏 더 굵어진 빗줄기에 가슴이 조리는데, 내일 아침까지 이어진다는 일기..
2014.10.22 -
[2014년] 가을 닮은 햅쌀 주문 받아요~
황금빛 들녘은 다시 흙빛으로... 텅 빈 마음일랑 윤기 도는 햅쌀이 달래주겠네. 많이 기다리셨죠? 마침내! 우렁이가 지은 햅쌀이 나왔습니다. 올해 농사는 참으로 버거웠더랬죠. 기억하시려나요? 유난히 고달팠던 여름날들. 그래선가... 결실을 나누려는 마음이 더욱 가빠오네요. 올해로 3..
2014.10.22 -
40Kg도 못드는 저질체력
어제 거둬들인 나락은 동구밖 포장도로에 누웠다. 수확한 나락은 촘촘한 그물 멍석망 위에 쏟아부은 다음 고무래로 펴서 말린다. ... 어제 수확한 나락의 1/4분량, 1.5톤 쯤 된다. 나머지는? 전기로 작동하는 건조장에 맡겼다. 사실, 올해부터는 나락 모두를 건조장에 맡길 생각이었다. 포장..
201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