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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쇄를 찍었다
그러니까, 책을 낸 지가... 이제 1년 반이 돼 간다. 어제, 네번째로 찍은 4쇄 두 권이 배달됐다. 어째, 잊어버릴 만 하면 또 찍는 느낌이다. 책이 안 팔린다는 이 '출판불황시대'에, 더구나 사회과학서적을 꾸준히 찾아주니 참 고만운 일이다. 고단한 노동으로 파김치 된 시간에 만나는 코발..
2014.05.23 -
'클레멘타인 아빠'로 하루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 모르는 딸 있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다들 기억할 게다, 미국 민요 '클레멘타인' 가사. 그리고 그게 좀 황당한 번안이라는 것도 왠만큼 알려져 있다. 원곡의 가..
2014.05.21 -
시골서 열린 세월호 참사 항의집회
시골, 면 소재지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역시 시골은 시골인지라 마흔 명 남짓이 모였다. 서 넛을 빼고는 참가자 면면을 다 아는 집회, 참가자 1/3이 발언에 나선 집회는 처음이지 싶다. 그만큼 공감도, 울림도 크다. 땡볕 아래서 두 시간 남짓 "진상규명!" "박..
2014.05.17 -
양파랑 고추랑
어제와 오늘, 농사 동선이 좀 복잡하다. 이른 아침엔 양파밭 풀매기, 아침나절엔 고추밭 말뚝 박기, 오후엔 논두렁 손보고 물길 만들기. 정신 없이 하루가 간다. 모내기를 앞두고 논 만드느라 겨를이 없는 판에 밭농사라니 어째 껄쩍지근하다. 그래도 온새미로 공동체에서 함께 하기로 했..
2014.05.15 -
"나는 농부다!"
"나는 농사꾼이다!" 벼농사가 3년 째로 접어드니 농사의 맥을 짚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큰 사달'이 농사를 밀고 간다"고도 얘기했지만, 지난 이태 쌓인 경험이 만만치 않은 것이겠지. 지난해까지만 해도 못자리를 둘러보는 건 말 그대로 자전거 안장에 앉은 채로 '휘~ 둘러' 보는 게 고작..
2014.05.12 -
벼농사는 시작되고
못자리를 둘러보고 오는 길이다. 달포 전만 해도 ‘꽃 타령’으로 날을 보냈는데 계절은 어느새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나간 꽃철이 아쉬운 들녘에는 뭉게구름인 듯, 얼룩인 듯 고운 자취가 남아 있다. 자운영 꽃밭. 우리 못자리를 품은 어우들, 발목까지 차오른 뚝새풀과 더불어 ..
2014.05.10 -
'큰 사달'이 농사를 밀고 간다
'학습효과'라는 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경험의 세계를 뜻한다면 농사야말로 거기에 딱 들어맞는 분야다. 설익은 판단일 수도 있지만 농사를 이태 지어보니 그렇더라는 얘기다. 한 번 호되게 당해야 그 다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는 원리라고 할까. 첫해는 아는 게 없으니 동네 어르신이..
2014.05.05 -
못자리 하던 날
좀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뻐근한 몸뚱이에 어제의 고단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참말로 기~인 하루였다. 못자리 하는 날. "모 농사가 반 농사다"고 했거늘 못자리 만들기는 그 고갱이라 할 만하다. 간밤, 1시까지 질펀한 술판을 벌였다. 서울서 '농활여행'을 온 벗들과 더불어. 그래..
2014.05.04 -
고추농사, 올해는 '자연농법'으로
꼭두새벽부터 한 나절을 광수 씨네 볍씨 모판작업 도와주고, 못자리판에 물길 내는 작업을 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주란 씨다. "왜 여태 안 오세요? 고추모 옮겨 심어야죠!" 누가 그걸 모르나... 몸이 열이라도 모자라니 그렇지.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 오후 2시를 훌쩍 지나 있다. 급히 차를 ..
2014.05.02 -
볍씨 넣는 날
조금 전 일을 끝내고 돌아왔다. 사방은 깜깜, 어둠에 잠긴 시간. 긴 하루였다. 이리 고단한 노동을 해 본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 온종일 볍씨를 넣었다. 기계로 모를 내기 전에는 못자리 바닥에 곧장 볍씨를 뿌렸다. 써레질을 한 뒤 이랑을 매끈하게 밀어 그 위에 촘촘이... 이앙기가 도..
2014.04.30 -
시골은 결코 ‘기회의 땅’이 아니다
시골살이가 어느덧 4년째로 접어들었다. 첫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랴 도시에서 싸들고 온 남은 숙제 해치우랴 겨를이 없었고, 이듬해가 돼서야 농사에 손을 댔다. 농사경력으로 따지면 이태밖에 안 되는 셈이다. 물론 내 정체가 농사꾼임을 스스로 굳게 믿고 있지만 깜냥이 되느냐는 ..
2014.04.25 -
대책 없는 탈주였다
온종일 변산에서 노닐다 돌아왔다. 지난 2월말에도 다녀왔으니 두 달 새 두 번째다. 저번에는 바닷물 떠오는 게 주목적이라 격포항 방파제에서 콧구멍에 바닷바람 들인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름부터가 ‘봄나들이’였다. 우리 ‘친환경 고추작목반’이 벼르고 별러 떠난 길이..
2014.04.25 -
[볍씨 담그기] 다시 벼농사는 시작되고
마침내 올해 벼농사가 시작됐다. 그제(22일) 저녁, 느닷없이 친환경벼작목반 회의가 소집됐다. 잠정집계된 우리집 올해 벼농사 면적은 42마지기(8,400평). 샘골에서 3마지기가 늘었고, 광수 씨가 넘겨준 게 6마지기. 이날 통하하던 병철 씨가 느닷없이 자기 논 9마지기를 맡으란다. 마을 앞에 ..
2014.04.24 -
'세월호'...아, 모진 세월이여!
참사를 빚은 지 일주일 남짓 흘렀다. 세상은 온통 깊은 슬픔에 잠겨 있고, 사건의 진실이 한 꺼플씩 벗겨질 때마다 분노가 들끓는다. 이 썩어 문들어질 놈의 세상! 어찌 이다지도 모질단 말이더냐! 살아있음이 미안하고 부끄러운 참담한 세월이다. 그러나 이젠 뭐라도 해야할 때이지 싶다...
2014.04.24 -
고추모와 진딧물
한 주일 만에 대하는 고추모. 싱싱하고 풋풋한 것들을 보고 있자니 주책없게도 눈시울이 또 시큰거린다. 쭈그리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니... 우듬지 연한 순에 진딧물이 꼬여 있다. 농약 한 번이면 깔끔해지겠지만, 그런 얘길랑 벙긋도 않은 손들이 바삐 움직인다. 손끝에서 진딧물의 '수..
2014.04.24 -
양파밭
조팝꽃 흐드러진 산기슭에 양파밭이 있다. 야트막한 산이라 가파르지는 않지만 많이 구부러진 비탈밭. 요즘 양파잎은 짙은 청록색을 띠고 있다.... 그 옆에 마늘밭이라도 있으면 짙푸른 융단을 깔아놓은 듯 눈맛이 시원하다. 바야흐로 '폭풍성장'의 계절. 땅 속에는 다마네기? 아직은 아니..
2014.04.15 -
열여섯 살 큰 애의 '탈학교' 생활
4월13일, 큰 애가 대입 검정고시를 봤다. 지난해 8월, 고입 검정고시 패스한 지 반 년 만이다. 흡족한 표정인 걸 보니 시험을 꽤 잘 치른 모양이다. 제 또래(중3)가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고졸학력을 인정받는 셈이다. 1학년 2학기가 시작뒨 직후, 학교를 그만 둔다고 할 땐 말리려 무던히..
2014.04.15 -
밭농사 준비
월요일 아침. 쌀쌀한 줄 알고 두터운 겉옷을 입고 나섰다가 따사로운 봄볕을 만났다. 잠깐 몸을 움직였더니만 땀이 흐른다.... 고추모는 여전히 튼실하게 크고 있고, 양파도 그새 부쩍 자랐다. 이젠 알뿌리가 단단하게 자랄 일만 남은 건가? 그나저나 양파밭 옆자리는 묵은 풀이 우거져 있..
2014.04.08 -
늙은 아들과 어미의 '콜라보'
내일 모레면 팔순인 어머니는 여적 오십줄에 들어선 맏아들네 밑반찬을 챙긴다. 김장김치는 말할 것도 없고 시절따라 철따라 풋김치, 무침, 나물...... 서울 살 때는 명절과 생신, 많아야 서너 차례였다. 시골, 그것도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내려와 살다보니 무시로 불러대신다. 어제 전갈..
2014.04.08 -
고추모 온상에서
온종일 꽃 속에 파묻혔다 돌아오니 덤덤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꽃도 꽃이지만, 풋것들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여느해보다 일찍 찾아온 따듯한 햇볕, 부드러운 바람이 빠르게... 들녘을 푸른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한 주일만에 만난 고추모~ 그새 부쩍 자랐다. 비닐 온상을 벗어나..
2014.04.08 -
마른 나무에 봄꽃 피듯
사방이 울긋불긋 꽃으로 뒤덮였다. 눈부시다 못해 어지러울 지경이다. 자연의 이 신비로운 조화 앞에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다. 하여 어떤 시인은 그 정경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 읊조렸다. 눈부시되 그저 휘황하지만은 않고 슬픔이 밴 아름다움. 그래서 봄은 한편으로 애달픈 계절..
2014.04.06 -
꽃놀이 또는 '봄놀이' 흔적
3월31일. 아! 불타는 이 봄을 어이하랴! 토요일, 온새미로 장터에서 만난 영자 씨는 조바심을 드러냈다. "4월10일 쌍계사 가기로 혔잖여. 근디 어저끼 뉴스 봉께 하동 벚꽃 벌써 폈다등마... 빨랑 가야겄네!" 옆에 있던 여인네들 너도나도 격렬한 반응. "그럼 월요일 날 떠나요. 나도 그날 쉬어..
2014.04.02 -
동네 '청년' 모임
이렇게 모이긴 처음이지 싶다. 이 마을 젊은층 남정네들이 거의 다 모였다. 다 해서 스무명 가깝다. 나를 빼고는 다 40대다. 토박이는 하나도 없고, 다 '이주민'이다. 농사짓는(귀농) 사람은 나를 포함해 셋 뿐이고, 그밖엔 다 전주, 익산, 봉동, 먼 도시에 직장이 있다. 그래도 동네 어르신들..
2014.03.31 -
빗속의 유기농 장터
'온새미로' 장터는 비가 와도 문을 연다. 1층 한켠을 '토방'처럼 비워 둔 미소식당 건물구조 덕이다. 천막 같은 비가리개를 씌울 필요도 없이 그 안으로 쓸쩍 들어가 좌판을 펼치면 된다. ... 얼핏 봐도 저번보다 푸성귀가 훨씬 늘었다. 들녘에서 스스로 움튼 냉이,달래,머위,돋나물,땅두릅....
2014.03.30 -
업보(業報)
농사로 먹고사는 놈이 이런 짓도 한다. 청소년 아르바이트 권리찾기 캠페인! '전북 청소년노동인권 네트워크' 회원으로 함께 했다. 바깥 기온이 27도까지 오른 초여름 날씨에... 전주공고 정문 앞에 도착하니 먼저 와 있던 이들이 탄성을 내지른다. "와~ 멀리 고산에서 오셨네! 농사철인데 ..
2014.03.28 -
마지막(?) 방아찧기
방아를 찧었다. 쌀 방아. 하도 많이 찧어서 이번이 몇 번 째인지... 기억 안난다. 저번부터는 동네 방앗간 대신 후배가 취직해 일하는 화산면 방앗간에서 찧는다. ... 성능 좋은 '색채선별기'를 갖춰서인지 현미가 깔끔하게 나왔다. 헌데, 일반에 공급하는 쌀 방아는 오늘이 마지막이지 싶다..
2014.03.28 -
나무 심는 사람들
고추밭 풀매고 돌아와 점심을 먹고 났더니 갑자기 오후 일정이 사라져 버렸다. 그럼 뭘하지? 아침나절에 고추밭 나서며 마추쳤던 운영 씨.... 요즘 7천평 뒷산에 홀로 나무를 심고 있는... 귀농하고 얼마 안 돼 사들인 산인데, 소나무, 밤나무, 벗나무 따위 '잡목'이 우거졌더랬다. 그 한 복..
2014.03.28 -
모두모두 자란다, 시시때때 자란다
한 주만에 다시 고추밭 풀매고, 물주고 왔다. 날씨가 푹해서 풀이 금방금방 올라온다. 쑥쑥 자라는 건 풀만이 아니다. 지난번에 "풍신나게 생겼다"고 흉을 봤더니만... 듣기 거북했던지 보란듯이 몸집을 키운 게야. 다들 "이제사 고추모 같다"고 한 마디~ 그 칭찬 발 받아 무럭무럭 자라주렴..
2014.03.28 -
마침내 그 매화는 벙그러지고
꽃샘추위에 잔뜩 웅크러들었던 봉오리가 풀린다. 섬진강 건너 아랫녘 어디 쯤 지나고 있을 개화선엔 홍매 청매 다투어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다더라만 이제사 드문드문 꽃술 내비치는 몇 송이.... 화무십일홍이니 만개보다 반개던가? 그리하여 더욱 조바심치게 하는... 아무리 노래 불러..
2014.03.28 -
정녕 봄이더냐?
온종일 비가 내렸다. 아침엔 날씨가 쌀쌀해서 ‘봄비’가 맞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젠 3월 중순, 오후가 되어 날이 풀리니 그 봄비가 틀림없다. 추적추적 들녘을 적시는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은 싱숭생숭, 아련한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래, 너도나도 봄비를 노래했지. 봄비는..
201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