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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희양산 나들이
[낭만파 농부] 본격 농사철 앞두고 By 차남호 2023년 04월 25일 11:20 오전 이젠 꼼짝없이 농사철이다. 이번 주말에 볍씨를 담그니 말이다. 손가락을 꼽아보니 벼농사가 올해로 열두 번째다. “농사라는 게 몇십 년을 해도 해마다 1학년”이라는 옆 마을 늙은 농부의 얘기가 떠오른다. 뭐 실제 그렇지는 않겠지만 농사를 처음 시작하는 마음은 늘 부담스럽다. 10년 가까울 때까지도 농사철이 다가오면 지나간 해의 기록들을 일일이 뒤적이면서 준비할 농자재와 필요한 작업을 몇 번씩 확인했더랬다. 그래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감이 떼쳐지질 않는 것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초반 모농사의 경우 일을 크게 그르치는 사고를 몇 차례 겪다 보니 더더욱 신경이 곤두선다. 품종이 다른 볍씨가 뒤섞이는 바람에 다..
2023.04.27 -
차남호쌀 주문 안내(2022년산)
귀농 11년째 빚어낸 햅쌀, 주문을 받습니다. 생태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쌀! 농약도, 비료도 주지 않은 깨끗한 쌀! 공동체의 생태가치가 깃든 쌀! 을 업그레이드 한 품종!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입증된 최고의 밥맛! 밧맛이 없으면 쌀값 받지 않아요~^^* * 주문은 문자메시지( 010-8759-8499 )를 이용해주세요~* 품 종 참동진(현미/백미) 동진찰벼(백찹쌀/찰현미) 쌀 값 (택배비 포함) 5Kg 3만5천원 5Kg 4만원 10Kg 5만5천원 10Kg 6만원 20Kg 10만원 20Kg 11만원 * 시장상황(수요-공급)과 상관없이, 생산비에 기초한 고정가격제입니다 입금계좌 농협 352-0497-7522-33 차남호 연락처 [ 차남호 ] 전북 완주군 비봉면 봉산리 10-1 (천호로 104-25) 0..
2023.04.13 -
심란한 시절
이런 봄이 또 있었던가? 개나리, 벚꽃, 명자, 복사꽃, 배꽃... 자연의 섭리를 따라 차례로 망울을 터뜨려야 할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났다. 울안은 울긋불긋한 꽃 물결로 가득하여 그야말로 꽃 대궐을 차렸다. 느닷없이 펼쳐진 이 황홀경에 눈이 부시지만, 한편으로는 뒤죽박죽 흐트러진 개화의 질서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앞에 가슴이 철렁한다. 아무튼 봄꽃 잔치는 보름도 지나지 않아 막을 내렸다. 이삼일 내리 쏟아진 빗줄기를 따라 꽃잎을 떨구었다. 바닥을 덮은 꽃잎은 바람 따라 흩날리고, 꽃잎 떠난 가지에는 연둣빛 새순이 돋았다. 봄날이 이렇듯 허망하게 흘러가도 되는 건가. 어쨌거나 꽃 지고 새순 돋으면 어쩔 수 없이 벼농사가 코앞이다. 안 그래도 지난 주말, 벼농사두레가 ‘경작설명회’를 열었다. 벼농..
2023.04.13 -
제철 맞은 봄꽃들의 잔치
[낭만파 농부] 올해도 ‘탐매’ 나들이 By 차남호 2023년 03월 22일 07:01 오전 울안에서도 꽃잔치가 시작됐다. 3월이 열리자마자 꽃망울을 터뜨렸던 청매는 절정기를 지나 이미 시들고 있다. 어림셈을 해보니 지난해보다는 보름, 평년보다는 일주일 남짓 빨라 보인다. 바통터치 하듯 옆자리의 홍매가 이제야 피어나고 있다. 꽃피는 섭리란 당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활짝 피어난 청매를 보노라니 느닷없이 조급증이 일어 아랫녘으로 ‘탐매’ 나들이를 다녀왔더랬다. 열흘 전 일이다. ‘매화마을’ 이름값을 하느라 널찍한 산자락이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사이사이 빨간 홍매화, 노란 산수유가 점점이 박혀 운치를 더했다. 싸한 매향이 내내 콧속을 맴도는 것이었다. ‘매화축제’가 시작되기 전날이고 평일이라 사람에..
2023.04.11 -
몹시 어수선한 봄
어쩔 수 없는 봄이다. 얼음이 스르르 녹는다는 우수가 보름 전이었다. 그 즈음에 불명산 화암사 들머리에 복수초(얼음새꽃)가 하나 둘 샛노란 꽃송이를 피워올렸댔다. 그러더니 엊그제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에는 뜰앞의 매화가 첫 꽃망울을 떠뜨렸다. 그러니 이제 누가 뭐래도 봄인 게지. 봄은 이렇듯 어느 날 문득 찾아오는 법이다. 하여 농한기도 그럭저럭 막바지로 치닫는 셈이다. 한 때는 눈 앞에 펼쳐진 이 ‘무한의 자유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쏘다녔더랬다. 어느 해부턴가는 그것도 심드렁해지고 동안거에 든 수도승처럼 두문불출 스스로를 울안에 가둬두고 있다. 그렇게 세상을 관조하고, 삶의 근원을 찾아 궁구하는 시절. 그러다 불현듯 마주한 봄은 그야말로 생명의 약동, 목숨붙이들이 벌이는 향연이다. 사람들도..
2023.03.07 -
매화는 물 오르고
2월로 접어드니 날씨가 확 달라졌다. 아랫녘에서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설마 하는 마음에 바깥뜰에 심은 매화를 살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꽃망울이 부풀어 있지 않은가. 개화 등고선은 조금씩 북상하게 돼 있으니 우리 동네도 머잖아 매화를 영접하게 되겠지. 꽃망울만큼이나 마음도 부풀어 오른다. 안 그래도 뒷산을 오르자면 두꺼운 방한복과 바지가 거추장스럽던 차다. 한 시간 남짓 산을 타다 보면 막바지에는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는데, 이제는 줄줄 흐를 정도가 되었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도 한결 부드럽다. 이 모두가 봄이 다가오는 조짐인게지. 그러나 지난겨울은 무척 추웠더랬다. 그냥 추위도 아니고, 강추위도 넘어 ‘극강한파’라는 용어가 입길에 오르내렸다. 알고 보면 이 또한 기후위기, 지..
2023.02.10 -
출범 10년 앞둔벼농사두레의 올해 포부
[낭만파 농부] 벼농사 외 활동 확장 By 차남호 2023년 02월 02일 04:36 오후 어느덧 새해도 달포가 지나갔다. 그런데 올해 1월은 좀 별쭝맞다 싶게 바삐 돌아간 듯하다. 해가 바뀌든가 말거나, 늦도록 이불 속에 뭉그적대는 아침처럼 한껏 느긋한 게 농부의 1월 아니던가. 게다가 날짜 감각 둔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로서는 더더욱 그러한데 이번엔 달랐다. 물론 여느 해보다 설이 일렀던 점이 있다. 내내 무신경하다가 설을 맞고서야 해가 바뀌었음을 알아채는 게 농부의 습성이니. 그로부터 사부작거리기 시작해 대보름 어간에 이르러서야 몸을 부리는 생체리듬 말이다. 어인 ‘라떼’ 타령이냐 싶겠지만 나같이 벼농사를 전업으로 하거나 아직도 농한기가 살아있는 농부들에게는 엄연히 ‘실화’다. 암튼 2월 중순에..
2023.02.02 -
'목적' 없이 살아볼까
계묘년, 토끼해가 밝았다. 토끼띠인 나로서는 환갑이 되는 해인데 그런 탓인지 새해를 맞는 심경이 좀 복잡하다. 어쩌면 은근히 ‘환갑잔치’를 고대하는 부류도 있을지 모르겠다만 ‘환갑’이란 말에서 묻어나는 느낌은 어쩔 수 없이 후줄근하다. 하지만 요샛말로 ‘백세시대’라 치면 이제야 중년에 접어드는 셈이니 기죽을 까닭이 없지 싶기도 하다. 세상 분위기를 보면 나이를 들먹일 나이가 아닌 게 맞는 듯하다. 그렇다고 심신이 회춘하는 건 아니니 한 해를 구상하면서도 몸 부리는 일은 애써 꺼리게 된다. 올해는 그 새는 하지 않던 짓, 새 다이어리에 한 해 계획을 적어보았다. 앞으로 해야 할 일, 하고픈 일을 죽 늘어놓는 식이었다. 역시나 뜨겁게 무엇인가를 좇고 싶은 생각은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세상의 흐름에 맡..
2023.01.08 -
특별한 수업과 영화제
[낭만파 농부]시골살이의 어떤 풍경 By 차남호 2022년 12월 28일 10:06 오전 오늘은 집에서 1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동네 초등학교에 다녀왔다. 거기 6학년 아이들과 얼마 전 펴낸 졸저 (사우)을 두고 얘기를 나눴다.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특별수업. 그동안 이 책을 끈으로 비슷한 자리에 몇 차례 불려 다녔는데, 나로서는 오늘 수업이 여러모로 흥미를 끌었다. 귀농할 무렵 초등학생이던 둘째 아이가 이 학교를 2년 다니고 졸업한 인연이 있다. 그 바람에 나는 나대로 얼떨결에 팔자에 없는 학부모회장 노릇을 하기도 했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 아이가 졸업하고 나서도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이 학교는 해마다 6월 초에 ‘단오맞이 한마당’이라는 잔치를 열어왔는데(지금은 ..
2022.12.28 -
엠티 @ 겨울바다
“요즘 세상, 이래저래 어지럽고 뒤숭숭해서 우리네 마음도 보통 심란하지가 않지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 벼농사두레 겨울 엠티(수련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주변 정황으로 보자면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부터도 그랬습니다. 마음이 심란해 주저되기부터 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일단 떠나보자. 서천, 그림 같은, 탁 트인, 겨울바다... 초점을 풀어버리고 지그시 바라보노라면 응어리진 마음도 이내 풀어지겠지. 아니면 짐짓 훌훌 털어버리든가. 수평선 위에 환각처럼 뿌옇게 펼쳐지는 노을을 응시하며 가만히 스스로를 다독여도 보고. “힘든 한해, 고생 많았어. 새해는 마음 다잡고 잘 풀어보자고...” 그리하여 서른 명 남짓이 1박2일 바닷바람을 쐬고 돌아왔다. 겨울, 그것도 바쁜 연말에 길을 나서..
2022.12.14 -
다시 맞은 '농한기'의 단상
[낭만파 농부] '농부'의 삶 선택 이유 By 차남호 2022년 11월 28일 10:40 오전 “바스락” “바스락” 뒷산 오솔길에 쌓인 낙엽을 사뿐사뿐 밟으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경쾌하게 울리는 소리. 쌓인 지 얼마 안 되는 데다 바싹 마른 넓은잎인 까닭에 울림이 더 크다. 빗줄기에 아침이슬에 눅고 미생물들이 갉고 나면 시나브로 사라질 소리. 누런 솔가리가 두껍게 깔린 구간을 지나노라면 그 낙엽 밟는 소리는 이내 잦아든다. 알록달록 산자락을 수놓았던 단풍이 나풀나풀 떨어져 쌓인 융단은 그야말로 가을의 끝자락이겠다. 바스락거리는 가을의 끝자락 가을이 가고 나면 겨울이지만 나한테는 겨울보다 ‘농한기’가 더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늘 해온 얘기지만 농한기를 기다리는 맛에 농사를 짓는지도 모르겠다. 뒤집어 말하..
2022.12.03 -
어떤 '햅쌀밥'
늦가을. 황금 물결 일렁이던 들녘은 다시 텅 비어 태초의 흙빛으로 돌아갔다. 황금 물결은 탐스러운 결실로 탈바꿈해 곳간으로 너울너울 흘러들었다. 그리하여 넉넉한 시절이다. 지난 이태, 흉작의 안타까움에 싸늘하던 고산 고을 농부들의 낯빛도 발그레 피어나는 가을이다. ‘풍년가’는 언제나 흥에 겨운 법이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건조를 거친 나락, 방아를 찧었다. 벼농사두레 경작회원들이 거둬들인 나락을 모두 찧자니 그 양이 꽤 되어 이틀 걸려 도정을 마쳤다. 논배미 크기에 따라 소출은 제각각이지만 햅쌀 자루를 실어나르는 흐뭇함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것으로 한 해 벼농사는 모두 마무리되었다. 올해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황금들녘 풍년잔치’를 건너뛰었지만, 평년작을 웃도는 만큼 ‘풍작’은 분명한 현실이다. 곳간을 가..
2022.11.09 -
계란으로 바위를 깨다
몹시도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비봉 돼지농장 재가동을 둘러싼 행정소송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주민과 완주군이 승소한 것이다.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윈이 이긴 셈이다. 광주고등법원 전주 행정1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 9월14일 열린 ‘가축사육업 불허가처분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업체 쪽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비봉 돼지농장 재가동을 불허한 완주군의 행정조치가 정당하다고 본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면, 법령에 명문 근거가 없더라도 어느 정도 재량판단하여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완주군이 불허가를 내린 세 가지 처분사유 모두가 정당하다고 보았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육시..
2022.09.19 -
처서, 가을이 오려나'기후위기'를 잊지 않아야
[낭만파농부] 무더위가 꺾이는 시간 By 차남호 2022년 08월 24일 02:04 오후 처서날, 아침부터 온종일 비가 내렸다. 24절기 가운데 열네 번째, ‘더위가 그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절기 처서. 흔히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고 하여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때. 그렇더라도 햇살은 아직 후끈 내리쬐어 작물의 광합성을 도와야 마땅하건만 비가 내리다니. 처서에 비가 오면 ‘십 리에 천 석을 감하여’ ‘독 안에 든 쌀이 줄어든다’고 했던가. 맑은 바람과 따사로운 ‘남국의 햇볕’을 받아 기운찬 가루받이로 ‘장벼를 패야’ 하거늘 처서비(處暑雨)라니 이 어인 노릇이란 말인가. 그래도 우리는 일주일 남짓 늦게 모를 냈으니 이삭 패는 시기도 그만큼 늦겠거니 한가닥 위안거리가 떠올..
2022.08.26 -
에어컨이 뭐길래
7월말~8월초.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의 기억으로는 여름휴가가 몰리는 기간. 여전히 바뀌지 않은 사실은 연중 가장 더운 시기라는 것. 실제로 그렇다. 수은주는 연일 섭씨 35도까지 치솟고 습도까지 높아 그야말로 푹푹 쪄대는 나날이다. 이 찜통더위는 밤까지 이어져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열대야’가 일상이 되고 있다. 하긴 지난 7월초에 이미 겪었던 현상이고, 미리 예행연습을 해 둔 효과라고 해야 할까? 버겁기는 해도 그럭저럭 견뎌내고 있다. 에어컨 없이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로 7년째 ‘에어컨 없는 한여름’을 나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경량목구조에 단열에 신경을 써서 지었더랬다. 겨울철 난방에 쓰이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고, 한여름 냉방에 드는 전력을 최소화하자 했었다. ‘견물생심’이..
2022.08.08 -
반가운 소식···장마 끝, 본격 무더위 시작
[낭만파 농부] 벼농사, 새로운 국면 By 차남호 2022년 07월 25일 01:14 오후 ‘양력백중놀이’를 다녀온 다음 날, ‘백만 년만에’ 기타 줄을 갈았다. 갈아야 할 시점이 지나도 한참 지났건만 농사철로 접어들면서 때를 놓쳤더랬다. 바쁘기도 했거니와 뜻하지 않게 일이 꼬이고 어수선해져 단 몇 십 분, 겨를을 내지 못한 탓이 컸다. 그 몇 달 동안은 당연히 기타 한 번 손에 잡을 한 자락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것이지. 벼농사는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숨가쁜 새끼치기로 식구를 늘리는 영양생장에서 이삭을 올리고 나락을 여물게 하는 생식생장으로. 농부는 이때 ‘중간물떼기’를 해서 힘을 보탠다. 아니 농부 스스로를 이롭게 한다고 해야 하겠다. ‘생식생장’ 국면으로 접어든 논배미 모를 내고 한..
2022.08.08 -
'마음'이 문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상황에 부닥칠 때가 더러 있다. 특히나 사람 관계에서 이런 일이 빚어지면 그 결과가 사뭇 참담해지기도 한다. 예컨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했는데 상대가 이를 형편없이 폄훼하는 경우다. 심지어 최선의 노력 그 자체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싫어하기도 한다. 당하는 사람으로서는 답답하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당최 어쩌란 말인가. 이런 일은 사람 관계뿐 아니라 자연 관계, 가령 농사에서도 벌어진다. 물론 식물이란 게 판단능력이나 감정을 지닌 존재가 아니니 사람처럼 변덕을 부리거나 싫증을 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 안에 설정된 생장 프로그램에 따라 스스로를 밀고 가면서 종종 사람(농부)의 뒤통수를 치기도 한다. 생각지 못한 사달이 끊이지 않은 올해 벼농사...
2022.07.14 -
‘창고파티’가 벌어진 이유
[낭만파 농부] 사연 많았던 모내기 By 차남호 2022년 06월 27일 04:47 오후 간밤에는 잔치가 벌어졌다. 해마다 모내기를 끝내고 펼치는 ‘모내기 무사 완료 가든파티’. 이번엔 우리 집 잔디밭이 아닌 모모 씨네 창고 앞마당이었다. 스무 명 넘는 이가 때 이른 한여름 밤의 정취를 즐겼다. 그런데 왜 잔디마당이 아니고 하필 창고였느냐? ‘창고 파티’ 며칠 전 끝난 모내기, 아니나 다를까 숱한 곡절을 겪었다. 다른 일도 그렇지만 농사라는 게 한번 틀어지면 잇따라 애를 먹게 되는 모양이다. 모농사를 한 번 망치고 나니 그 뒤로도 뒷탈이 끊이지 않았다. 두 번째 앉힌 못자리는 두둑 표면이 고르지 않아 듬성듬성 이빨 빠진 모판이 많이 나와 모판 부족 사태를 겪지 않을까 가슴을 졸여야 했다. 다행히 이앙기 ..
2022.06.30 -
모내기철, 숨이 막힌다
장대비가 쏟아진다. 소나기. 잠시 그쳤다가는 이내 다시 퍼붓기를 거듭하고 있다. 빗줄기가 세차서 농작업을 하지는 못하지만 반갑기 그지없다. 아, 양파를 캔 뒤 햇볕에 널어 말리고 있는 농가한테는 야속하기 짝이 없는 비라는 점이 걸리긴 하다. 그래도 미안하지만 내 코가 석 자이니 ‘표정관리’ 하고 있을 겨를은 없다. 한 달 넘게 가뭄이 계속되던 터다. 온 들녘이 타 들어가 작물이 말라 비틀어지던 중이었다.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곳도 있었다. 우리 벼농사두레 회원들의 논배미가 스무 마지기 넘게 모여 있는 샘골이 그랬다. 저수지 수문이 고장 나는 바람에 물이 빠져 나갔고, 가물 즈음에야 수리가 끝나 물을 충분히 가두지 못했다. 수문 관리자는 나름 물을 아끼겠다며 꽁꽁 잠가두고 열지를 않아..
2022.06.17 -
22.6.17 <한겨레> 6월17일 출판 새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47368.html [슬기로운 시골 생활]전북 완주군 고산면 일대에는 ‘가치 있는 삶’을 ‘재미있게’ 꾸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벼농사두레’라는 이름으로 더불어 농사짓고 수시로 잔치판을 벌이는 사람들…. 귀농 10년 차 농부가 들려주는 시골살이의 재미와 특별한 공동체 이야기가 담겨 있다.차남호 지음 l 사우 l 1만5000원. 6월 17일 출판 새 책 [눈, 물] 사랑스러운 판타지 세계를 만들어온 안녕달 작가의 어른을 위한 만화. 녹아서 사라지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고투하... www.hani.co.kr
2022.06.17 -
벼농사두레의 힘,고마움과 자랑스러움...
[낭만파 농부] 새벽 빗소리에 깨다 By 차남호 2022년 05월 27일 12:27 오후 새벽 1시 30분. 빗소리에 잠을 깼다. 아니, 밤사이 비가 내릴 거란 엊저녁 일기예보에 사로잡혀 있던 무의식이 흔들어 깨웠는지도. 어찌나 반갑던지 저도 모르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폰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이내 오밤중이건 말건 벼농사두레 단톡방에 “비온다!” 외마디 탄성과 함께 동영상을 올린다. 안 그래도 비를 애타게 기다리는 톡이 줄줄이 올라와 있던 참이다. “기우제를 지냅시다!” “비소식 떴는데…” “이번엔 제발 ‘뻥’이 아니길” “내일은 비님이 꼭 와주시기를” 이 얼마 만이던가. 느낌으로는 몇 달은 되었지 싶은데 기록을 뒤져보니 딱 한 달 만이다. 물이 한참 아쉬운 농사철에 한낮으로는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이른..
2022.05.28 -
'멘붕'에 대처하는 농부의 자세
이런 날벼락이 또 있을까. 그야말로 ‘멘붕’ 상황. 볍씨 담가 모판에 파종하고 사나흘 숙성시킨 2천판을 못자리에 앉혔는데 싹이 올라오지 않았다. 하여 그 공정을 고스란히 되풀이하고 있는 중이다. 귀농하고 지난 10년 동안 ‘쌀 전업농’의 길을 걸었다. 줄곧 밥맛 좋기로 유명한 ‘신동진’ 품종을 지어왔다. 그러나 밥맛은 좋지만 병충해에 취약한 약점을 안고 있었다. 그 탓에 신동진 벼를 심은 농가는 지난 이태 잇따라 대흉작을 맞은 바 있다. 안 그래도 신동진 품종이 개발된 지 20년을 지나면서 기능이 퇴화하는 문제가 있었고, 육종기관에서도 몇 해 전부터 대체품종을 연구해오던 터다. 이에 따라 개발된 ‘참동진’ 품종이 주목을 받아왔다. 요컨대 신동진의 약점이던 내병성을 더욱 높이고 밥맛도 개선했다는 것. 이에..
2022.05.19 -
농한기, 그 마지막 '몸부림'
이젠 꼼짝없이 농사철이다. 볍씨를 파종할 때 쓰는 상토가 오늘 토착했으니 말이다. 더는 “아직도 농한기가 끝나지 않았네” 우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쉽지만 세월을 어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대보름 지나 노란 복수초 피어나고, 우수 경칩 지나 매화가 피어날 때까지도 “밭농사는 시작됐지만 벼농사는 아직 멀었다”며 짐짓 여유를 부렸더랬다. 하여 지난 며칠, 농한기의 마지막 ‘몸부림’이라도 되는 듯 여기저기를 싸돌았다. 봄바람도 쐬고 꽃구경도 할 겸 해서다. 부러 남들 일하는 평일을 골라 길을 나섰더니 차도 막히지 않고 발길 닿는 곳마다 그렇게 호젓할 수가 없었다.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차창을 스쳐가고, 저 아랫녘에서는 어느덧 꽃비로 흩날리며 아찔한 정경을 연출하는 것이었다. 사람들 발길이 뜸한 고즈넉한 ..
2022.04.15 -
사람이 그리웠던 게다
[낭만파 농부] 다시 봄기운 느끼며 By 차남호 2022년 03월 31일 10:17 오전 역시 봄이다. 물오른 신록과 빛깔 고운 꽃들로 하여 불현듯 눈에 띄는 봄이기도 하다만 이번에는 따뜻함 또는 포근함에서 비롯되었지 싶다. 사실 지난 겨울은 몹시 추웠더랬다. 날씨 탓에 난방비도 많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때 맞춰 펼쳐진 대선, 서로 물어뜯기 바쁜 진흙탕 개싸움에 넌덜머리가 나고 그래서 더 추웠는지도 모르겠다. 그 이전투구가 어서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선거판이 막을 내리고 나서 들녘을 굽어보니 거기에 벌써 봄이 와 있었다. 하지만 여느 해와 달리 꽃은 좀 볼품이 없어 보인다. 겨울이 길었던 탓인지 일주일 남짓 늦게 피어났고 송이도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지금도 서리가 하얗게 내리는 걸 보면 꽃샘추위..
2022.04.14 -
어느 '정치 소수자'의 비애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보이네요. 민주당원과 문 후보 지지자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비록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예외 없이 실패로 끝난 역대 정권과 달리 성공하는 ‘문재인 정권’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금도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마는 5년 전, ‘장미대선’을 마치고 고산권 동네톡방에 내가 올렸던 글이다. 촛불혁명의 성난 물결 속에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물러난 뒤 끝이었다. 당시 집권당이던 새누리당은 궤멸위기를 맞았고 “향후 20년 동안은 보수세력이 집권을 꿈꾸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0년은커녕 10년도 아니고 5년 만에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저들은 보란 듯이 되살아나 정권을 탈환했다. 역사적으로는 ‘정..
2022.03.15 -
술은 죄가 없다!
설을 쇠고 나서 세월이 어찌 흐르는지 잊고 있었는데 방금 전 벼농사두레 톡방에 눈에 번쩍 뜨이는 멘션이 하나 올라왔다. ‘내일 모레 대보름에 즈음하여 고산에서 이명주-귀밝이술 한잔 하실 분 선착순 모집!’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저요! 저요!” 이모티콘을 올려놓고 생각해보니 어느새 정웓대보름인가 싶고, 빠르게 이어지는 연상 작용에 심사가 울적해진다. 이제 슬슬 몸을 풀면서 농사지을 준비에 나설 때가 되었다는 얘기고, 그러자면 대보름잔치 달집 활활 태우며 겨우내 웅크렸던 가슴을 활짝 피워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올해도 그 잔치를 건너뛰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3년째로 접어든 탓이다. 한편으론 그것이 팬데믹 종식으로 가는 징후라는 진단도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로 하여..
2022.02.16 -
눈을 뜨니 새벽 두 시
[낭만파 농부] 혼술을 그만둔 내력 By 차남호 2022년 01월 25일 09:53 오전 눈을 뜨니 새벽 두 시. 창밖으로 앞산 자락이 희뿌윰하게 비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칠흑 속에 묻혔다. 잠은 싹 달아나 버렸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대고립의 시간이 펼쳐지겠지. 달밤에 체조할 일도 아니고 환장할 노릇이다. 요즘 밤 시간이 거의 이 모양이다. 무슨 걱정거리가 있어서도, 번뇌에 짓눌려서도 아니다. 이를 불면증으로 보아야 할지 아닌지도 좀 헷갈린다. 분명한 사실은 이게 술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점이다. 술에 취한 탓이 아니라 술 마시기를 그친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얘기다. 창문에 어른대는 새벽 풍경 ‘혼술’을 그만둔 지 이제 두 달이 되어 간다. 저녁을 먹고 나면 으레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홀짝이던 버..
2022.01.27 -
새해가 뭐 이래?
해가 바뀐 지 열흘 남짓 지났다. 늘 하는 얘기지만 농사꾼에게 양력으로 치는 새해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이 즈음은 자연계로 봐서도 ‘새롭다’ 할 무엇을 찾기 어려운 때고 세상사 또한 마찬가지다. 기껏해야 달력이나 다이어리가 바뀌는 정도로 새해를 느낄 뿐인 것이지. 음력으로 쇠는 설은 되어야 진짜배기 새해를 맞게 된다.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올해는 뜻하는 일 꼭 이루시라 따위 덕담을 건네받으며 비로소 해가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농사꾼으로서도 그날부터 대보름 어간에 날이 풀리면서 차츰 몸을 풀고 새 농사를 가늠해보는 것이다. 실제로도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지난해 마지막 날 강원도에 사는 벗이 먼 길 마다 않고 찾아왔더랬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쌓인 얘기를 풀어내느라 늦..
2022.01.14 -
낙엽 쌓인 뒷산 오솔길
[낭만파 농부] 겨울은 더 깊어가고 By 차남호 2021년 12월 23일 01:34 오후 뒷산을 타고 왔다. 그러니까 나흘 만인가, 닷새 만인가? 별일 없으면 날마다 하던 짓인데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으로 그새 쉬었더랬다. 접종 뒤 며칠 동안은 무리하거나 심한 운동을 삼가라는 지침 때문이다. 앓고 있는 ‘기저질환’이 도질 기미를 보이면서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유산소운동’ 차원에서 집 뒷산을 꾸준히 오르던 터다. 마을을 ‘좌청룡-우백호’로 두른 산자락 능선을 따라 30분 남짓 돌아오는 코스다. 야트막하지만 높낮이가 뚜렷해 땀이 송골송골 맺힐 만큼 에너지 소모가 큰 편이라 운동 효과가 없지 않았다. 땀으로 목욕을 하는 바쁜 농사철이야 달리 운동이 필요 없으니 건너뛰고. 초겨울이라선지 오솔길에 쌓인 낙엽..
2021.12.27 -
어느 '독거노인'의 김장독립
올해는 어찌하다 보니 혼자서 김장을 해치웠다. 가히 ‘독거노인 김장독립’이라 할만하다. 처음부터 그러려던 건 아니다. 김장이라는 것이 워낙에 한해 먹거리를 장만하는 거라 무척 큰일이고 품도 많이 드는 법이다. 해서 저마다 여건이 되는 대로 이웃끼리 품앗이를 하거나 식구들이 모여 해치우는 게 보통이다. 우리도 그새는 오누이 네 식구가 어머니 댁에서 함께 김장을 해오던 터였다. 물론 무 배추는 어머니가 텃밭에서 손수 기른 것이다. 늦여름부터 모종 사다가 심고 때맞춰 거름 주고 물주며 정성을 쏟은 놈들이다. 양념을 장만하는 일 또한 모두 어머니 몫이다.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쪽파 같은 풋것부터 소금, 젓갈, 액젓 같은 가공품까지. ‘애들’은 그저 어머니의 지휘에 따라 어마어마한 양념을 뒤섞고, 절인배추 나..
2021.12.10